정부 'GPU 20만 장 확보'에 전력·냉각 인프라 뒷받침 안돼…AI 성장 빨간불

| 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개발 등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최대 20만 장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전력 공급, 냉각 시스템,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공간 등 하드웨어적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GPU 확보 추진이 현실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자문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발표한 '서울 데이터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주요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7% 미만에 머물고 있다. 이는 사실상 대부분의 서버 공간이 이미 점유돼 있다는 뜻이다. 또한 고성능 GPU가 필요한 인프라인 ‘고밀도 전력과 고효율 냉각을 지원하는 상면(서버 설치 가능 공간)’은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GPU는 대량의 연산 처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높은 수준의 전력과 냉방 설비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급속한 GPU 수급 확대 계획에 대해 국회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 의원은 정부가 GPU 경쟁력 확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의 역량 강화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밀도 전력 설비와 냉각 시스템을 갖춘 전용 센터 확보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문제만이 아니라,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이기도 하다. GPU는 챗봇, 자율주행, 음성 인식 등 다양한 AI 응용 분야의 학습과 데이터 처리에 필수적인 장비다. 하지만 해당 장비를 단순히 많이 확보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를 활용할 기반 구조가 따라주지 않으면, 결국 국산 AI 산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GPU 확보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확충 전략이 병행되지 않으면, AI 투자 역시 단발성 지원에 그칠 우려가 높다. 데이터센터 조성과 전력 정책, 냉각기술 지원 등 복합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