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백업이 생존 전략… 기업 70% '데이터 보호' 미흡

| 김민준 기자

AI 활용이 기업의 운영 기반을 전환시키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 복원력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ervices-as-Software) 시대로 접어든 지금, AI가 생성하고 활용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하고 회수 가능한 상태로 유지할 것인가는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북미 지역의 IT 인프라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0%가 AI로 생성된 데이터의 절반조차 정기 백업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 요구되는 데이터 보존 기간을 고려할 때, 기업이 향후 법적, 기술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의료 및 금융 규제는 특정 기록을 최소 6년에서 10년 이상 보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생성량은 폭증하고 있다. 기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학습 데이터를 포함한 모델 산출물,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 로그까지 포함되는 데이터 구조의 변화는 기존 보안 및 백업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사이버 공격자들 또한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AI 인프라의 약점을 노리는 실정이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조직의 약 25%는 AI 기반 작업 과정 중 적어도 한 차례 보안 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입 기업들은 신뢰성과 거버넌스에서도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625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는 AI 출력 결과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9%에 그쳤으며, 조직 차원의 일관된 관리·통제 체계를 구축한 경우도 29%에 불과했다. 그러나 향후 18개월 내 관련 투자를 본격화하겠다는 응답은 73%로, 기업들이 일제히 신뢰 기반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투자 우선순위로 ‘데이터 추적성과 보호’를 꼽은 응답자가 72%에 달해, 데이터가 여전히 AI 전략의 중심에 있음을 방증한다.

AI 도입에 따른 수익 실현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MIT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AI 프로젝트의 95%가 가시적인 ROI(투자수익률)를 달성하지 못했다. ETR의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대다수 기업이 ‘파일럿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기술 성숙도 자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기업 운영 전반으로의 확장에는 데이터 통합, 거버넌스 부족, 컴플라이언스 모호성 등의 장애물이 조기 상용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업계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백업 복원 기술에 AI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1%)은 향후 AI 기능이 통합된 데이터 보호 솔루션에 투자할 계획이라 밝혔으며,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향후 75~8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시대에 ‘백업과 복원’은 단순히 비상 상황을 대비한 보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업 운영을 위한 설계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결국 승자는 명확해질 전망이다. 데이터 복원력을 운영 체계 전반에 통합하고, AI 기능을 통해 자동화·정책 기반 복구·데이터 선별 관리를 실현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기업은 AI 인프라가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그 첫걸음은 데이터를 보호하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금은 아직 신뢰가 2.4점(5점 척도)에 머물고 백업률은 30% 수준이지만, 이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자가 다음 시대의 기준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