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오픈AI가 챗GPT(ChatGPT)를 공개하며 인공지능(AI)이 대중의 이목을 끌기 전까지만 해도, AI는 학계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조용히 발전 중인 기술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 산업계는 AI의 차세대 발전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실리콘밸리 대표 연구진이 참여한 ‘베이 에어리어 머신러닝 심포지엄(BayLearn)’에선 AI 기술이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할지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됐다.
엔비디아(NVDA)의 딥러닝 적용 연구 부문 부사장 브라이언 카탄자로는 "단순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를 고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핵심 오픈소스 AI 툴셋인 ‘네모트론(Nemotron)’이 기존 컴퓨팅 한계를 뛰어넘는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 의 토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네모트론은 다중모달 모델과 데이터셋, 훈련 도구, 정밀 연산 알고리즘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메타 플랫폼, 알리바바, DeepSeek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이 공동 참여하고 있다.
카탄자로는 또한 '더 딥 러닝 머신(The Thinking Machine)'이라는 책에서 이 기술 변화의 핵심 인물로 조명되기도 했다. 2013년 그는 젠슨 황 CEO에게 쿠다(CUDA) 아키텍처의 확장성과 딥러닝의 접점에 대해 설명했고, 이는 엔비디아가 AI 중심 기업으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AI 언어모델 분야의 권위자인 스탠퍼드의 크리스토퍼 매닝 교수는 이번 행사에서 과거 학계가 대형 언어모델(LLM)의 가능성을 간과해온 점을 지적했다. 매닝 교수는 "1993년까지 LLM과 관련된 논문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데이터 기반의 무작위 확장 방식(brute-force)에만 의존한 AI 연구가 인간 수준의 효율적인 학습 체계를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를 보완할 방향으로 ‘체계적 일반화(systematic generalization)’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AI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 학습하며 지식을 응용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웹사이트를 ‘직접 탐색’하는 과정에서 발전해나가는 AI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애플(AAPL)도 자체 개발한 기계학습 프레임워크 'MLX'를 통해 효율적인 AI 시스템 구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MLX는 파이썬 코드 기반의 머신러닝 구문을 애플 실리콘 칩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환해주는 프레임워크로, 최근 들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쿠다 백엔드 통합도 추진 중이다. 애플 연구원 로넌 콜로베르는 "하드웨어에 맞춰 AI 소프트웨어를 정밀히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생활에 눈에 띄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구글(GOOGL)의 AI 연구 자회사 딥마인드는 최근 로봇에 추론 기능을 탑재한 ‘제미니 로보틱스 1.5(Gemini Robotics 1.5)’와 ‘E.R. 1.5’를 공개했다. 이전까지 로봇이 종이 접기 등의 특정 작업만 수행했다면, 이제는 날씨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등의 응용력이 필요한 작업도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 부사장 에드 치는 “말로 하면 휴지통에 물건을 버리는 수준까지 로봇이 발전했다”며 현재의 AI는 범용 로보틱스(general robotics) 영역에서 현실적으로 충분히 유의미한 진보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GI(인공지능의 총체적 진화)’ 논의보다 실용적인 돌파구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AI 전환의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으며 산업과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스탠퍼드 매닝 교수는 “우리는 지금 비상한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으며, AI 기술은 향후에도 지속적 진보를 거듭할 것”이라며, 그 여정이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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