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븐, SaaS 버리고 AI 품었다…고객 80% 성공적 전환 이끌었다

| 김민준 기자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 속에서 비븐(Vivun)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매트 대로우(Matt Darrow)는 자사 제품이 시대에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에 빠르게 대응했다. 기존의 세일즈 엔지니어링을 위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AI 도입으로 점차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판단한 그는 과감히 기존 제품을 버리고, AI 중심의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고객에게 소개하기로 결단했다. 여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고객 손실 없이 이 전환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비븐이 선택한 방향은 단순한 기능 업그레이드가 아닌, 기업 운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수준이었다. 더 이상 인간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AI가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 네이티브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기존 고객들도 같은 문제 해결 구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는 이들에게 새 제품 전환의 당위와 가치를 끊임없이 전달했다. CEO는 직접 이메일과 링크드인 메시지, 줌 미팅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섰다.

특히 고객들을 전환시키기 위해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적용했다. 첫째, 이미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 중이던 고객에게는 신규 예산을 확보해줄 수 있도록 교차판매 모델을 제안했고, 둘째 일부 기능만 활용하던 고객에겐 미사용 사용량을 신규 서비스 크레딧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마지막으로 유연한 소기업 고객의 경우엔 기존 서비스 종료 후 AI 플랫폼으로의 단순 전환을 통해 빠르게 적응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전체 고객의 80% 이상이 이미 AI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거나 전환 중이다.

이번 변화 과정에서 생긴 핵심 교훈도 명확했다. 무엇보다 빠른 결단이 중요했고, 피해갈 수 없는 변화 앞에서는 미룰수록 손실만 커질 뿐이라는 점이다. 고객·직원·투자자와의 소통에서도 포장 없는 ‘있는 그대로’의 설명을 통해 오히려 신뢰를 확보했다. 그리고 완전한 전환을 강요하기보단, 기존 고객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현명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점들이 결국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힘이 됐다.

AI로의 전환 과정에서 흥미로운 반전도 있었다. 기존 SaaS 플랫폼을 곧 종료하려던 일부 고객들이 오히려 신제품 도입 후 서비스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비븐의 파격 실험이 고객 기대를 뛰어넘었다는 방증이다.

AI가 기존 산업 구조를 무너뜨리는 이 시기, 비븐은 극복의 모델을 제시했다. 기술 진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존의 틀을 고수하는 대신 불확실성 속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용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사례는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