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AI 플랫폼 대대적 확장… ‘데이터 분산 처리’로 기업 성과 혁신 노린다

| 김민준 기자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가 자사의 AI 데이터 플랫폼을 확대하며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의 AI 구현을 보다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델은 올해 초 열린 'Dell Tech World 2025'에서 처음 선보인 이 플랫폼을 통해, 단순한 IT 인프라를 넘어 AI 시대에 최적화된 데이터 활용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델의 전략은 단일 저장소에 데이터를 몰아넣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가 존재하는 위치에서 연결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데이터 환경을 분산 최적화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바룬 차브라(Varun Chhabra) 델 ISG 제품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AI 도입이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내는 단계로 진입하면서도,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여전히 정돈되지 않은 '기업 내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델 AI 데이터 플랫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산된 데이터 소스를 통합하고, AI가 실제 작동할 수 있는 형식으로 데이터를 변환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병원에서 실시간 분석을 활용해 진단 속도를 높이거나, 생산 현장에서 설비 고장을 예측하는 등 이미 다양한 산업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은 델이 개발한 듀얼 엔진 구조다. 파일 기반 고성능 워크로드를 다루는 파워스케일(PowerScale)과,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위한 오브젝트스케일(ObjectScale)이 각각의 역할에 최적화된 채 데이터 처리와 저장을 병렬 구조로 수행한다. 아나하드 딜런(Anahad Dhillon) 제품관리 디렉터는 "차세대 하드웨어를 무중단으로 통합할 수 있어 CPU나 네트워크 기술이 업데이트되어도 전체 시스템을 교체하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델의 혁신은 단순한 기술적 설계에 그치지 않는다. AI 데이터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주목받고 있다. 마야 HTT(Maya HTT)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캐나다 위성 제조업체 MDA 스페이스에 납품되는 AI 기반 문서 검색 솔루션 M-봇은, 상세한 비정형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위성 생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델의 AI 플랫폼에서 빠질 수 없는 파트너 중 하나는 엔비디아(Nvidia)다. 델은 엔비디아의 AI 가속 컴퓨팅 플랫폼을 자사 스토리지 및 연산 구조에 접목해 성능 최적화를 이루고 있다. 트리톤 추론 서버, RAPIDS, RAG(검색 증강 생성)를 위한 NeMo 리트리버 등 엔비디아의 다양한 마이크로서비스가 델 플랫폼의 확장성과 실용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델은 인프라 확장뿐 아니라, 데이터 검색 및 분석 기능 또한 대폭 강화했다. 엘라스틱(Elastic)과의 협력으로 델 AI 데이터 플랫폼에는 고성능 검색 엔진이 통합됐으며, 이를 통해 기업은 AI 응용을 위해 비정형 데이터를 보다 직관적으로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 플랫폼공학 총괄 아제이 네어(Ajay Nair)는 "엘라스틱서치의 속도와 확장성 덕분에 이제 델 고객들은 단일 엔진 내에서 초고속 AI 검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형 데이터 분석을 위한 스타버스트(Starburst)와의 제휴도 주목된다. 스타버스트의 분산형 쿼리 엔진은 ETL이나 데이터 이송 없이도 다양한 소스에 직접 접근해 분석할 수 있어, 기업의 데이터 이동 비용과 리스크를 크게 줄여준다. 델과 스타버스트의 파트너십은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된 인터페이스에서 처리할 수 있는 최신 분석 아키텍처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델은 이번 플랫폼 확장을 통해 AI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추진 엔진으로 전환하려는 기업 수요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닌 데이터 중심의 전략적 AI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AI 구현의 시작과 확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