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가 지난 여름 공격적으로 AI 인력을 확충한 것과는 정반대로, 이번에는 자사 AI 부문 인력 600명 이상을 정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AI 체제 재편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메타는 성명을 통해 인공지능 슈퍼인텔리전스랩(Superintelligence Labs) 산하 기존 연구, 제품, 인프라 팀 등 세 개 부서에서 인력 감축이 이뤄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정리해고의 직격탄을 맞지 않은 부서는 창립 초기 단계인 TBD랩으로 해당 부서는 신규 투자와 함께 전략적 중추 역량으로 유지된다.
이번 결정은 알렉산더 웡(Alexandr Wang) 메타 최고 AI 책임자가 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달됐다. 그는 “소규모 팀이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톤이 적은 팀일수록 각 개인이 더 많은 책임과 영향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메타는 올 여름 슈퍼인텔리전스랩 출범 당시 대규모 AI 인재 채용을 단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리서치팀 FAIR을 포함한 여러 부서 간 중복 문제가 발생했다. 평균 이상으로 비대해진 팀 구성은 컴퓨팅 자원 경쟁을 초래했고,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다.
직원들은 오는 11월 21일 공식 퇴사 전까지 '근무하지 않는 통보 기간(non-working notice period)'을 거치게 되며, 이 기간 동안 다른 부서로의 전직도 시도할 수 있다. 퇴사자들에게는 최소 16주의 퇴직금이 지급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메타는 지난 2년 이상 데이터 센터 인프라와 AI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왔으며, 올해 총지출은 약 1,160억 달러(약 16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건비 감축만으로 수천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이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번 조치의 이면에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최근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여름 인터뷰에서 "AI 혁신을 위해 방대한 인력은 필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소수 정예 인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웡 책임자가 강조한 '소규모 고효율 조직'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메타 내부의 AI 기술 진전에 대한 불만과 조급함이 이번 인력 감축 전략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메타가 지난 4월 공개한 대형 언어 모델 '라마 4(LLaMA 4)'는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었고, 이후 경쟁사인 오픈AI, 앤스로픽, 구글(GOOGL) 등은 경쟁적으로 진보된 모델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메타는 올 초에도 비AI 부문 중심의 '성과 미달자' 수천 명을 정리했으며, 이후 AI 분야에서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 조건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하는 등 극단적인 인사 전략을 보여왔다. 웡뿐만 아니라 스케일AI 창업자 출신 인사와 함께 깃허브 전 CEO,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 책임자, 오픈AI와 구글 출신 연구원 다수가 메타에 합류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이다.
IT 업계에서는 AI 분야에서 드물게 이뤄진 이번 구조조정이 일시적 비용 절감을 넘어 메타의 AI 전략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들이 유사한 결정을 내릴지, 혹은 메타의 효율화 실험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는 오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그 실마리가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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