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 '에이전트 기업' 선언…AI로 매출 86조원 판 키운다

| 김민준 기자

기업용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다시 한 번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s)가 단순한 데모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 현장에 적용되면서, 전통적 아키텍처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접근 방식이 부상 중이다. AI 기반 고객 참여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세일즈포스(CRM)는 관련 전략의 선봉에 서며, 향후 기업 성장을 주도할 핵심 기술로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를 정의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최근 연례 행사 드림포스 2025에서 자사 AI 에이전트 기술을 대규모 적용 중인 산업 사례들을 공개했다. 기업 데이터 및 고객 접점의 단절 문제를 해소할 해답으로 AI 모듈을 탑재한 ‘에이전트기반 인프라’를 제시하며, 핵심 역량을 데이터 유연성, 관측 가능성, 거버넌스로 규정했다. 이벤트 현장에서 발표를 진행한 세일즈포스의 라훌 아우라드카 부사장은 “에이전트의 결정과 행동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통합형 관측 플랫폼이 곧 ‘차세대 빅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식음료 기업 펩시코(PEP)는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를 활용해 전 세계 600만 고객을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영업 체계를 구축했다. 현장 직원들의 거래 활동에서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는 한편, 고객 맞춤형 상품 제안을 단 몇 분 안에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행동 조율까지 지원하는 에이전트 시스템의 도입은 명확한 비즈니스 가치로 재정의되고 있다.

또한 미국 텍사스주 카일 시정부는 AI 에이전트를 시정 서비스에 결합해 민원 처리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하고, 311콜센터 유지 예산을 절감하는 등 가시적인 결과를 얻었다. 더불어 샤크닌자, 드브라이 대학도 각각 소비자 서비스와 교육 과정에 AI 에이전트를 접목해 경험을 혁신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이루어지는 사례는, 에이전틱 아키텍처가 특정 산업을 초월하는 기술 진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데이터 플랫폼과 고객관계관리(CRM)의 통합을 넘어, 세일즈포스는 ’FY30까지 매출 600억 달러(약 86조 4,000억 원)’를 목표로 설정하며 AI 에이전트를 미래의 매출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업 내부 인공지능 수요가 비용 절감에만 집착하는 현 상황에서, 세일즈포스는 ‘수익 창출형 AI’를 구현 가능한 유일한 플랫폼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IDC의 크로포드 델 프레테 사장은 “많은 기업이 AI에 대해 비용 절감만 강조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수익 창출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라며 “세일즈포스는 CRM 기반으로 교육, 영업, 리드 발굴 등 실제 매출 확대가 가능한 구체적 사례들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용 AI 에이전트 기술은 데이터 접근성과 디지털 의사결정 구조 전반을 재정의하는 과정을 촉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세일즈포스는 단순한 도구 공급을 넘어 ‘에이전트 중심 구조 전환’이라는 전략적 비전을 향해 한 발 앞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 생존의 열쇠는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에이전트의 설계와 활용을 누가 더 실질적으로 구현해내는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