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부, 1조4천억 들여 '초거대 AI 슈퍼컴' 개발 착수

| 김민준 기자

미 에너지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약 1조 4,400억 원 규모의 미래형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AMD와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오라클을 비롯한 민관 협력체가 주도하며, 두 대의 차세대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AMD의 최신 GPU 기술이 있다. AMD와 HPE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엘카피탄(El Capitan)'을 에너지부와 함께 구축했던 경험이 있다. 이 시스템은 초당 167경 회산이 가능한 16.7 엑사플롭스 수준의 AI 연산 능력을 자랑한다. 새롭게 제작될 첫 번째 슈퍼컴퓨터 '럭스(Lux)'는 이보다 3배 높은 AI 성능을 목표로 하며, 6개월 내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럭스에는 AMD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GPU ‘MI355X’가 탑재된다. 이 칩은 185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3나노 및 6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며, 최신 CDNA 4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AI 연산 최적화를 강화했다. 특히 다양한 플로팅 포인트 연산 형식과 선형대수 연산인 GEMM 계산에서의 성능 향상이 두드러진다. 또한 AMD의 CPU와 네트워크 칩도 통합되며, 네트워크 처리와 데이터 암호화 같은 부하를 서버 대신 감당하는 ‘Pensando DPU’ 기술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럭스는 핵에너지, 국방, 의료 기반 과학 연구 등의 고연산 실험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암 치료법 시뮬레이션을 분자 단위까지 구현하거나, 대형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자동화 연구도 병행된다.

뒤이어 오는 2028년에는 두 번째 시스템인 ‘디스커버리(Discovery)’가 가동에 들어간다. 이는 MI355X의 후속 모델인 'MI430'을 기반으로 하며, 슈퍼컴퓨터용 프로세서와 AI 기능이 결합된 차세대 칩이 핵심이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럭스와 디스커버리 모두를 운영하며, 후자는 현재의 플래그십 시스템인 ‘프론티어(Frontier)’를 대체할 예정이다. 특히 디스커버리는 기존 연구자들이 작업 환경을 그대로 이식할 수 있도록 프론티어와의 호환성을 유지한다.

에너지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민간 기업과의 다수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와 산업계 간의 연합을 통해 AI와 슈퍼컴퓨팅 기반의 과학 기술 진보를 가속화하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