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 산업이 급격히 확장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로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로 들어설 전망이다. 특히 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엔비디아와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세계적 AI 기업들의 국내 투자와 협력 계획이 구체화되며 한국의 컴퓨팅 인프라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는 전력 공급 제약, 대지 확보의 어려움, 민원 우려 등으로 인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하이퍼스케일 센터) 건립에 소극적이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은 클라우드 및 AI 산업 인프라 면에서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APEC 회담 이후 AWS가 추가로 7조 원, 엔비디아가 GPU 대량 공급을 약속하면서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AWS는 이미 인천과 울산에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최근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제3의 데이터센터 후보지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 일대는 이미 인천 가좌동에 1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가 착공된 데다, 향후 인천·경기 지역에 총 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가 예고돼 있어, 수도권 서북부가 국내 AI 인프라의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마존이 국내 클라우드 분야에 투자한 누적 규모는 이미 5조6천억 원을 넘었고, 2031년까지 12조6천억 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오픈AI와 SK그룹은 한국 서남권의 광주 또는 전남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과도 맞물릴 가능성이 높으며, 사업 계획의 방향성에 따라 해남 또는 광주가 최종 입지로 결정될 수 있다. 특히 국민적 민감도와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할 때 광주 유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엔비디아는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삼성, SK, 현대차,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주요 기업들에 최신 GPU 칩셋인 ‘블랙웰’ 시리즈 26만 개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현재 세계 최고의 AI 성능을 자랑하는 테슬라의 데이터센터 수준에 필적하는 인프라를 국내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역시 이 수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3위 컴퓨팅 자원 보유국이 된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공급이 현실화될 경우 이미 설치된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거나, 신규 건립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과 수도권, 서남권을 중심으로 향후 수년간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 기업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서울 구로에 신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며, LG유플러스는 파주에 대규모 센터를 짓고 있다. 이처럼 국내 AI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폭발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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