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부터 인공지능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이 미국, 중국과 함께 ‘AI 3강’에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평가 기준에서 한국은 여전히 중위권에 머무르고 있어, 제도 개선과 민간 주도의 혁신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의 AI 경쟁력은 글로벌 주요 지표에서 대체로 6∼9위권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AI 기술 발전 속도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민간 투자 부족과 인재 확보의 어려움, 시장 규모 한계 등 구조적인 약점을 여전히 안고 있다. AI 분야의 연구논문 수 역시 미국과 중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인재 유출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AI 인재 순유입 순위가 35위에 머물러 있으며, 국내에서 양성된 우수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같은 시기 미국과 중국이 AI 스타트업에 수십 배 규모로 투자하는 동안, 한국은 비교적 적은 민간 자금만이 투입되는 구조다. 이는 기술의 상용화 속도와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탄탄한 정보통신기술 기반과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는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를 포함한 12개 전략기술 분야를 선정하고, 서울과 판교, 대구, 세종 등 지역에 AI 특화 거점을 본격적으로 조성 중이다. 삼성전자, LG,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들도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공공부문에서도 AI 데이터 센터와 전국 AI 랜드마크 구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소버린 AI’, 즉 자국 내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법적·문화적 요건에 맞춘 AI 모델 개발 전략은 한국형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LG AI연구원 등 5개 민간 주체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대형언어모델 포함)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금융과 공공영역에서 국산 AI의 본격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연산 자원 확보를 위한 GPU 지원도 정부 예산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기술 주권 확보와 차별화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며, 유연한 규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느냐다. 단순한 기술 추격보다는 한국형 모델을 정착시켜 나갈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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