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5.1 전격 공개… 오픈AI, '실망' 딛고 다시 비상할까

| 김민준 기자

오픈AI(OpenAI)가 자사의 최신 인공지능 언어 모델 GPT-5를 출시한 이후 석 달 만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인 GPT-5.1을 공개했다. GPT-5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용자로부터 아쉬움을 샀던 가운데, 오픈AI는 이번 GPT-5.1을 통해 대화 성능과 추론 능력의 질적 도약을 선언했다.

GPT-5.1의 핵심은 사용자와의 대화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 특히 ‘GPT-5.1 인스턴트(Instant)’ 버전은 기존의 GPT-5 대신 챗GPT(ChatGPT)의 기본 설정 모델로 채택되며, 보다 따뜻하고 이해력 있는 응답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GPT-5.1 싱킹(Thinking)’ 모델은 복잡한 질문에 대한 논리적 추론과 처리 능력을 강화한 고도화 모델로, 응답 속도보다 정확성과 일관성을 우선한다.

오픈AI 애플리케이션 부문 책임자인 피지 시모(Fidji Simo)는 블로그를 통해 "GPT-5.1은 단순히 똑똑한 AI가 아닌, 진정으로 대화가 즐거운 파트너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GPT-5.1은 질문의 복잡도에 따라 사고 시간과 자원을 동적으로 조절하는 ‘적응 추론(adaptive reasoning)’ 기능을 도입해, 간단한 대화에서는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복잡한 요청에는 긴밀한 맥락 이해력이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GPT-5.1은 기술 용어와 미정의된 단어 사용을 줄이고, 보다 간결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표현을 구사하도록 개선됐다. 이는 특히 비전문 사용자층의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감정(EQ) 조절 기능도 대폭 확대돼 ‘친근한’, ‘전문적인’, ‘시니컬한’, ‘직설적인’ 등 다양한 어조로 챗GPT의 말투를 개인화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능은 감정 기반 챗봇 활용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장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GPT-5에 대한 실망감이 자리한다. 오픈AI 공동 창업자 샘 올트먼(Sam Altman)이 GPT-5 공개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도한 기대감을 조성했지만, 출시 직후에는 ‘혁신 부족’과 ‘실사용 성능 저하’라는 혹평이 뒤따랐다. 일부 사용자는 오히려 이전 GPT-4에서 성능이 퇴보했다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오픈AI는 하루 만에 GPT-4 모델 선택 기능을 다시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GPT-5의 성능 저하 논란은 경쟁사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오픈AI의 주요 파트너이자 투자자이지만, 최근에는 앤트로픽(Anthropic) 모델을 자사 코파일럿 서비스에 통합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앤트로픽이 출시한 클로드 소네트(Claude Sonnet) 시리즈는 코드 생성, 논리 추론 등 여러 영역에서 GPT-5를 앞선다는 평을 받고 있다.

GPT-5.1 업데이트는 오픈AI 입장에서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반전 카드로 읽힌다. 두 모델은 챗GPT의 유료 플랜(프로, 플러스, Go 및 비즈니스) 사용자에게 먼저 적용되며, 향후 무료 유저에게도 순차 확대된다. 또한 기존 GPT-5 모델은 수 개월간 병행해 제공되며 사용자 적응을 위한 전환 기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GPT-5.1 발표는 단순한 버전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픈AI가 단순히 더 똑똑한 AI가 아닌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음을 반영하며, 향후 AI 사용 경험의 양적·질적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AI가 단지 기술이 아닌 파트너가 되어가는 전환점에서, GPT-5.1의 실효성과 시장 반응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