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코드 신뢰성 위기… ‘직감 코딩’이 부른 시스템 붕괴 경고

| 김민준 기자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많은 개발자와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존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직감에 의존한 코딩(vibe coding)'의 확산은 새로운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정확한 원칙 없이 직관만으로 작성된 코드는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장기적으로는 모델 붕괴(model collapse)라는 심각한 시스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직감에 기반한 코딩은 전문성과 체계적인 개발 절차를 건너뛰기 때문에 코드 자체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해친다. 특히 AI가 생성한 코드가 검증 없이 반복적으로 재사용될 경우, 오류가 누적되며 전체 시스템의 무결성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AI 모델은 사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시스템 전반에 걸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AI 기업 아이이미(Aiimi)의 최고기술책임자(CTO) 폴 메이커(Paul Maker)는 "개발자들이 테스트를 생략하고 통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AI 코드를 도입할 때 구조적 오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코드 생태계 내에서 잘못된 데이터가 바탕이 된 모델 훈련이 반복될 경우, 결과물의 품질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메이커는 조직 전반의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데이터가 정확히 라벨링되고 검증 가능한 소스로부터 유입됐는지 확인하는 체계는 AI 시스템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여기에 안전한 보관 방식과 접근 제어 체계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발자들의 코딩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핵심이다. AI 생산성 도구에 의존하기에 앞서, 후속 세대 개발자들이 기본기부터 철저히 익혀야 기술 생태계의 장기적 건강성을 보장할 수 있다. 메이커는 "모든 개발자는 양질의 코드를 식별하고 구현할 능력을 갖춰야 하며, 이를 통해 결국 미래의 기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베타 테스트를 포함한 실사용 환경 기반의 피드백 또한 필수적이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도 사용자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한 시스템은 결함을 피할 수 없다. 실제 사용자 반응을 면밀히 분석해야 품질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수정이 가능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발의 절제와 규율이다. 지금의 스타트업과 기술기업들은 두 가지 길 앞에 서 있다. 철저한 검증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즉흥적으로 빚어진 불안정한 코드 위에 미래를 걸 것인지다. 메이커는 "기초부터 단단히 다져야 AI의 다음 세대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시대가 미래를 재편하는 지금, 개발자들에게 절실한 것은 혁신보다 원칙이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