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술 협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월 19일, UAE 정부 및 주요 기업과의 면담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방안을 논의하며 양국 간 기술·경제 협력을 크게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 강화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주관사인 UAE 국영기업 G42와의 교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회사는 UAE 내 AI 기술 생태계 조성과 운영 전반을 주도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및 컴퓨팅 인프라 등 핵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G42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연구개발 공동 추진, 인재양성, AI 거버넌스(국가 간 AI 활용 규칙 및 윤리 기준 마련) 등을 주제로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이날 현지에서는 정부 간 협력뿐 아니라 기업 간 계약·양해각서 체결도 이어졌다. 자율주행 기술 기업 오토노머스A2Z는 UAE의 국영기업 SPACE42와 400만 달러 공동 출자로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고, 아부다비 자율주행 프로젝트에도 800만 달러 규모로 공동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의료 AI 기업 루닛은 ARJ 그룹과 UAE 내 병원에 AI 진단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한 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는 기술 수출과 함께 한국 기업의 중동 시장 진입 가속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UAE 협력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국장급 정부 간 협의체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현지에 설치된 ‘UAE IT지원센터’를 통해 국내 중소·중견 AI 기업들의 UAE 진출을 체계적으로 돕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엔 현지에 진출해 있는 위즈코리아, 뤼튼테크놀로로지스 등 8개 기업이 참여해 현지 규제 환경 및 사업화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전달하며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이어 배 부총리는 UAE 최대 AI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카즈나 데이터센터를 방문했고, 한국 AI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기술 협력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했다. 한국 기업들은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갖춘 국산 AI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UAE의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정부 역시 반도체 기술 실증 및 공동 개발을 통해 새로운 수출 기회로 연결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맞춰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교류는 향후 지속적인 기술 협력과 함께 중동지역에서 한국이 디지털 패권 경쟁의 주요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I와 반도체 같은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는 수출 다변화와 기술 국산화 모두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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