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I·엔비디아·브룩필드, AI 인프라에 144조 베팅…사우디 '데이터 패권' 출사표

| 김민준 기자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을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NVDA)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구축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주목 받고 있다. 동시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브룩필드(Brookfield Asset Management)도 글로벌 AI 인프라 플랫폼 조성에 1,000억 달러(약 144조 원) 규모의 계획을 발표하며 속도를 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xAI는 사우디 정부의 지원을 받는 휴메인(Humane)과 협력해 500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사우디 내에 건설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엔비디아의 GPU만 60만 개가 투입될 만큼 대규모로, 현지의 AI 역량 확보와 외국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 축소라는 사우디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한다. 이러한 GPU 공급협약은 xAI에게도 연산 자원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제공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계약을 통해 AI 국가 인프라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영향력을 넓혔다. 전 세계 정부들이 자국 내 AI 컴퓨팅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단순한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인프라 구축의 전략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급망 제약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이번 같은 장기 공급 계약은 기업에게도, 국가에게도 안정적인 연산 자원 확보 방안으로 평가된다.

같은 날 브룩필드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계획도 글로벌 자본시장이 AI 산업 기반 구축에 얼마나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브룩필드는 토지, 전력시설, 데이터센터, 컴퓨팅 자산에 이르는 AI 전용 인프라에 총 1,000억 달러 투자를 목표로 하며, 이 중 우선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를 자체 펀드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이 투자에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쿠웨이트 국부펀드도 참여해 ‘AI를 위한 사회간접자본화’라는 트렌드에 국가기관까지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브룩필드는 AI 연산 능력을 전력·통신처럼 필수 기반시설로 간주하며, 전통적 인프라 투자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는 GPU가 단순한 기술 요소가 아니라 차세대 경제의 기반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전략이다. 특히 민간 기술기업과 공공 자본이 협력해 구축하는 AI 인프라는 향후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번 xAI-사우디 프로젝트와 브룩필드의 AI 플랫폼은 공통적으로 AI 경쟁력의 핵심이 더 이상 소프트웨어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압도적 연산 자원을 직접 확보하는 기업들이 다음 AI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클라우드 의존을 줄이고 연산 자산을 자체 확보하는 이들 움직임은, 곧 AI 시장의 판을 다시 짤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