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오픈AI와의 협력에 더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트로픽과도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고객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는 각 인공지능 모델이 잘 처리하는 작업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특정 작업에 더 적합한 모델을 고객이 직접 고를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이언 구드 부사장은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멀티 모델’ 전략을 공식화하며, 특정 AI 모델만을 고집하는 대신 사용 목적에 맞춰 여러 모델을 혼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오픈AI의 챗GPT는 특정 유형의 언어 생성 작업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다른 형태의 연산이나 정보 처리에서 더 나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 기간 오픈AI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며, 챗GPT 기반의 코파일럿(Copilot)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자사 오피스 프로그램에 탑재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성능 및 활용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클로드 모델을 포함한 다중 AI 모델 통합이 이루어졌다. 특히 ‘이그나이트 2025’ 개발자 행사에서는 클로드의 다양한 버전인 오퍼스, 소넷, 하이쿠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아직 각 AI 모델이 어떤 작업에 최적화돼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진 못하고 있지만, 브라이언 구드 부사장은 앞으로 벤치마크와 평가 기준을 마련해 고객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선택권 부여’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하는 초기 단계라는 설명이다.
MS는 이번 이그나이트 행사에서 인간 업무를 보조·대체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툴도 대거 공개했다. 구드 부사장은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들이 ‘프런티어 기업(Frontier Company)’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런티어 기업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는 조직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업무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수준까지 아우른다.
일자리 대체 우려에 대해 그는 “업무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이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반복 업무나 일정 부분에서 AI가 인간을 보조하게 되지만, 전체적인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은 인간 중심의 프로세스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특히, 개별 에이전트들이 제각기 작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스러운 대리인(Confused Deputy)’ 문제에 대해서는 에이전트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통합 도구인 ‘에이전트365’를 통해 통제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같은 멀티 모델 채택과 업무 자동화 확대는 기술의 진화만큼이나 조직문화와 정책적인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상향식(보텀업)과 하향식(톱다운)의 AI 도입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고 점을 강조했으며, 각국의 조직들도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AI 도입이 기술 선택을 넘어서 기업 내부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