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 기술이 인공지능(AI) 선도국 도약을 위한 핵심 영역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뒷받침할 디지털트윈 기반 데이터 합성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월드모델'로 불리는 이 기술은 실제 환경을 정밀하게 모사해 인공지능이 보다 현실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11월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글로벌 제조혁신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피지컬 인공지능 국제 포럼 2025'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로봇 등 물리적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반응하게 하는 기술, 즉 피지컬 AI의 발전 방향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피지컬 AI는 기존의 데이터 중심 AI와 달리 실제 환경과 긴밀하게 연동돼야 하므로,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정교한 디지털 모델이 필수적이다.
기조연설에 나선 박태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과 제조업 기반을 고려할 때, 피지컬 AI를 가장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유리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분야에서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10조 원 규모의 AI 예산 확대와 함께 AI 관련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30조 원 규모의 투자 기반 조성을 언급했다. 또한 미국과의 과학기술 동맹을 기반으로 차세대 AI 공동 연구소 ‘글로벌 AI 프론티어랩’ 설립 계획도 밝혔다.
한국이 피지컬 AI 선도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제 공간을 가상의 학습 환경 속에 정밀하게 재현하는 디지털트윈 기술이 핵심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른바 ‘월드모델’은 AI가 복잡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실제 환경에 앞서 가상 공간에서 미리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박 정책관은 월드모델 개발을 통해 외산 플랫폼 의존을 줄이고 독자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손지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디지털트윈이 피지컬 AI의 학습과 검증을 위한 핵심 실험장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제조 현장이 2차원 도면이나 비정형 문서에 의존하고 있어, 고도화된 디지털트윈 모델링을 위해서는 시간과 전문성이 많이 요구된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또한 실제 환경과 시뮬레이션 환경 간 오차 발생으로 인한 오작동 문제 역시 현실적인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 기술자, AI 모델 개발자, 산업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가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세계와 물리 세계의 완전한 통합이 가능해야, 안전하고 자율적인 물리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이 AI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데이터, 시뮬레이션,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차세대 융합 기술에 대한 투자가 보다 정교하고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디지털트윈과 월드모델 기술은 향후 로봇 자동화, 자율주행, 스마트 공장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적용을 확대하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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