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컴퓨터 '도우드나', 과학 연구의 판을 바꾼다…NERSC·델 손잡았다

| 김민준 기자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팅 기술이 과학 연구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산하 NERSC(국립에너지연구과학컴퓨팅센터)와 델 테크놀로지스(DELL)의 협업이 주목된다. 양측은 차세대 슈퍼컴퓨터 '도우드나(Doudna)'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2026년 말 공식 가동을 목표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NERSC의 수딥 도산즈(Sudip Dosanjh) 과학부문 디렉터는 "1만 1,000명이 넘는 연구자 커뮤니티 전체가 이 시스템 도입에 맞춰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성공적인 시스템 전환을 위해 델과 엔비디아(NVIDIA)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도우드나는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터로, 델의 IR7000 랙을 채택하고 있다.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수냉 방식이 적용됐으며, NERSC는 별도로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드라이 쿨링 기술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의 특징 중 하나는 막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복잡한 연산을 자동화할 수 있는 AI 통합 역량이다. 델의 글로벌 AI 인프라 리더인 토니 레아(Tony Rea)는 "현대 과학의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가 데이터의 정밀도와 양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라며, 도우드나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산즈는 단순히 AI 연산 능력뿐만 아니라 실시간 피드백과 실험적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복잡한 워크플로 통합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실험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실시간 방향 전환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천문학, 물리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실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AI와 슈퍼컴퓨팅의 융합은 과학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레아는 "과학 연구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누구나 더 빠르게, 더 깊이 있는 탐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며, 연구 생산성과 효율성 모두에서 AI 통합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NERSC와 델의 협력은 단순한 시스템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최적화부터 지속가능성, 연구자 중심의 구성 설계까지, AI 기술이 실제 과학 연구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향후 AI 기반 슈퍼컴퓨터의 상용화 가능성과 과학계 전반의 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