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서비스의 미래가 근본적인 전환점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의 방식대로 챗봇 기능을 다듬고, 상담원 연결 절차를 최적화하며, 이른바 ‘에스컬레이션’ 과정을 개선하는 데 투자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실패가 전제된 시스템이다. 고객이 스스로 해결 시도에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모델은 전례 없는 비효율과 불쾌감을 내포하고 있다.
2025년 CCW 디지털 보고서에 따르면, 단 29%의 소비자만이 AI가 고객 서비스를 실제로 향상시킨다고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인간 서비스로 가는 중간다리 정도로 끼워 넣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절적 시스템은 고객에게 동일한 정보를 반복하게 하고, 사람 상담원은 아무런 문맥 없이 문제를 인수해 다시 처음부터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처리 시간은 길어지고, 비용은 늘어나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역시 급감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답이 바로 ‘AI 어드보커시(Advocacy)’다. 이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AI가 아닌, 인간과 나란히 협력하는 AI를 설계하는 접근이다. 고객과의 모든 상호작용은 AI가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되, 특정 상황에서만 인간의 전문성을 ‘백그라운드’에서 호출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대화 흐름을 경험하며, 상담원 역시 불필요한 반복 없이 정확한 질문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은 고객 서비스의 맥락을 ‘분절된 전달(chain of escalation)’이 아닌 ‘조율된 협업(orchestration)’으로 재정의한다. AI는 단순히 문제 해결 수단이 아니라 지휘자 역할을 맡으며, 적시에 적절한 전문가를 호출하고 시스템 간 연계를 유지해 전체 경험을 단일한 흐름으로 통합한다. 이는 AI를 망치처럼 모든 문제에 일관된 방법으로 접근하는 도구가 아니라, 상황에 맞춰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중심으로 바라보는 전환적 사고다.
실제로 이 방식은 문맥 재구성 부담을 수반하지 않아, 처리 시간 단축, 고객 만족도 상승, 에이전트 피로도 해소, 운영 효율 증대라는 ‘사각 실익’을 동시에 실현한다. 더 이상 상담원은 오늘도 수차례 반복되는 배송 지연, 항공편 변경, 시스템 장애 등 문제의 처음부터 다시 설명받을 필요가 없다. AI가 축적한 모든 정보를 유지한 채 필요한 문의만 전달하고, 다시 고객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구조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고객의 신뢰 형성이다. 문제 해결의 전 과정 동안 AI가 흔들림 없이 함께하며, 인간 상담원은 실질적 도움을 제공해야 할 순간에만 출현한다. 고객은 더 이상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으며, 기업에 대한 충성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런 심리적 경험의 변화 자체가 곧 장기 수익성 향상이라는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진다.
앞으로 AI 기반 고객 서비스의 방향은 두 갈래 중 하나다. 기존의 ‘에스컬레이션 위주’ 접근을 고수하며 조금씩 향상된 챗봇을 만드는 ‘빠른 말(faster horses)’을 계속 탈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개념인 AI 어드보커시를 받아들여 근본적인 변화, 즉 ‘자동차(car)’를 구축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고객이 신뢰하게 될 기업은 어느 순간에도 그들과 함께했던 ‘조력자’를 제공한 브랜드가 될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기술보다 관계의 재설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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