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터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에 최대 500억 달러(약 74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연방 정부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 수요와 고도화된 정보 처리 역량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국가 안보와 행정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은 11월 24일(현지시간)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서비스(AWS)에 총 1.3기가와트(GW) 규모의 컴퓨팅 용량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한 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며, 약 10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해당 용량은 내년부터 구축을 시작해 미국 정부가 등급별 보안 요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부 전용 리전(데이터센터 권역)'에 배치된다.
이번에 투입되는 인프라는 미국 정부 기관들이 AI 기반 의사결정을 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정부는 특히 국방과 정보 수집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위성 영상, 센서 데이터, 이상 징후 등의 복잡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자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전망이다. 기존에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던 시뮬레이션 작업이 몇 시간 내에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아마존 측 설명이다.
아마존은 이를 위해 AI 칩셋 부문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엔비디아의 칩과, 자사에서 개발한 트레이니엄 칩을 모두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AI 모델 학습·배포를 위한 ‘세이지메이커’와 ‘베드록’ 등 플랫폼도 함께 제공된다. 정부 기관은 이를 통해 앤트로픽의 ‘클로드’, 아마존 자체 모델 ‘노바’ 등 다양한 AI 기술을 운용하게 된다.
클라우드 시장 1위 사업자인 AWS는 이미 미국 연방 정부 산하 1만1000여 개 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번 투자로 인해 AI 시대에 정부 기관이 슈퍼컴퓨팅을 활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는 “기술적 장벽을 넘어 미국이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마존의 대규모 인프라 확장은 전력과 환경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 조사기관 소스머티리얼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최소 924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이 중 상당수가 전력 수요 증가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석탄발전소 폐쇄가 지연되고, 물 소비 증가 등 환경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국 정부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활용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기술기업과 공공기관 간 협업이 안보, 에너지, 규제 측면에서 새 과제를 불러올 수 있어 균형 있는 정책 조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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