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vs 일론 머스크의 'Grok', 2026년 ‘롤에서 붙자’

| 한재호 기자

테슬라(TSLA)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그록(Grok)’을 앞세워 세계 최정상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팀 T1에 공식적으로 대결을 제안하며 e스포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T1과 간판스타 페이커(이상혁)는 이를 즉각 수락하며 “우리는 준비됐다(We are ready)”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화답했다.

이번 제안은 머스크가 최근 강조해온 AI의 실시간 게임 이해·개발 비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그는 그록이 향후 스스로 완성도 높은 비디오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왔으며, 이번 LoL 도전은 그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계 최고 난도 중 하나로 꼽히는 LoL e스포츠 환경에서 인간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로 AI가 어느 정도 전략적 판단과 플레이 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머스크는 이번 대결에 여러 ‘제약 조건’을 붙이며 AI가 과도한 우위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그록은 기존 게임 봇처럼 API나 메모리 데이터를 직접 읽을 수 없으며, 카메라로 모니터 화면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입력 속도·반응 속도 또한 인간과 동일한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는 AI가 실제 인간 플레이와 유사한 조건에서 상황 판단, 전략 설계, 오브젝트 관리, 팀 플레이 등 복합적인 요소를 수행할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해당 제안은 공개 직후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직 LoL 프로게이머 포벨터(Eugene Park)는 “AI와 도타2의 대결이 굉장히 흥미로웠던 만큼 이번 LoL 대결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반응했으며, 북미 지역 유명 선수 더블리프트(Yiliang ‘Doublelift’ Peng)는 “그록이 나를 이긴다면 머리를 깎겠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런 반응이 이어지며 업계 전반에서도 이번 매치를 하나의 실험적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T1은 머스크의 ‘한판 뜨자’식 도전에 페이커 GIF 이미지와 함께 적극적으로 응답해 팬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라이엇 게임즈 공동창업자 마크 메릴(Marc Merrill) 역시 머스크에게 직접 “논의해보자”고 답하면서, 이번 대결이 단순 온라인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이벤트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만약 AI vs 인간의 LoL 대결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이는 체스의 딥블루 vs 카스파로프, 바둑의 알파고 vs 이세돌에 이어 완전히 다른 장르인 실시간 팀 게임에서 AI가 인간과 경쟁하는 새로운 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도전이 단순한 흥미 요소를 넘어 AI의 실시간 판단·전략·협업 능력을 측정하는 ‘기술적 경계 실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