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사무직 근로자에게는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일 수 있지만, 블루칼라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기술은 숙련도는 높지만 채용 인프라의 한계로 정당한 취업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에게 구조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만 보더라도 이미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딜로이트와 매뉴팩처링 인스티튜트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약 21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전망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최대 1조 달러(약 1,440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이는 공급망 지연, 비용 증가, 성장 둔화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스템의 문제는 분명하다. 블루칼라 채용을 위한 인프라가 근본적으로 고장 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용하는 지원자 추적 시스템은 화이트칼라 기준에 맞춰져 구성되어 있으며,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형 이력서나 비표준 언어 사용이 걸러지면 자동으로 탈락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이민자와 외국인들에게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 미국 내 건설업을 포함한 다수의 블루칼라 직군에서 이민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식 이력서 양식이나 표현을 익히지 못한 경우가 많아, 자동화된 필터링 시스템에서 종종 불이익을 받는다. 여기에다 해외 자격증은 미국 내 자격 체계와 연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20년 경력의 외국 전기 기술자가 초급자로 간주되기도 한다.
여기서 AI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자연어 처리(NLP)를 기반으로 한 AI 시스템은 다양한 형식의 이력서를 해석하고, 자동으로 자격증을 검증하며, 다국어 인터뷰까지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문법이 다소 틀린 이력서라 할지라도, 실제 능력에 기반한 평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고용주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블루칼라 업종에서 이뤄지는 AI 기반 채용은 높은 정착률로 이어진다. 특히 난민 등 비전통적 노동자 그룹을 고용한 제조업체는 기존 대비 낮은 이직률을 경험하고 있으며, 생산성과 장기적 효율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AI가 채용 절차에서 포괄성과 실질적 역량을 중시하는 기조를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주는 더 넓은 인재 풀에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전체 산업의 회복력과 경쟁력이 강화된다.
블루칼라 채용 분야에서 AI를 도입하는 것은 단지 공익적 접근이 아니다. 경제적 전략이기도 하다. 인력 공백을 줄이고 교육·온보딩 비용을 절감하며, 기존 시스템이 놓치고 있던 인재를 채용하는 효과는 모든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모두의 과제는 AI 기술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도입하는 데 있다. 이는 오늘날의 노동시장 구조를 재편하고, 수백만 명의 잠재적 인력을 실제 일자리로 연결하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일자리는 존재한다. 일할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시스템은 낡고 비효율적이며, 이제는 업데이트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AI는 모든 노동자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수많은 이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예상치 못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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