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AWS)가 AI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각축 속에서 전혀 다른 전략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고도화된 'AGI(범용 인공지능)' 개발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대신, 실제 기업 운영 환경에 밀접하게 작동하는 실용형 AI 에이전트인 '워커비 AGI'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AWS 리인벤트 행사에서 AWS는 최첨단 언어모델 경쟁 대신, 기업 내부 업무 최적화에 집중하는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즉, 범용 AI를 통한 모든 문제 해결보다, 실행 가능하고 맞춤형인 소형 및 중형 언어모델과 중요한 AI 인프라 '스캐폴딩(발판)' 제공에 무게를 둔 전략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략이 사실상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AWS의 접근은 보다 다층적이다. 데이터를 에이전트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정밀히 구조화하고, 개별 앱이 아니라 비즈니스 결과를 제어 중심으로 삼는 '서비스-애즈-소프트웨어(service-as-software)' 체계를 정착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번 리인벤트에서 AWS는 구체적인 진전 상황도 공유했다. 에이전트 협업을 가능케 하는 '에이전트코어', 코드 자동화 도구 '키로(Kiro)', 운영 최적화용 'DevOps 에이전트' 등을 통해 실질적 도입 성과를 보여줬다. 이들 요소는 AI 시스템이 단순 질문응답을 넘어, 실제 업무 결정과 실행까지 이끌도록 하는 기반 기술로 평가받는다.
단순 모델 성능 향상이 아닌, 조직 내부의 규칙·워크플로우·데이터 흐름 등 복잡한 비즈니스 흐름을 제대로 반영한 ‘지능 시스템(System of Intelligence)’ 구축이 이 흐름의 핵심이다. AWS는 이를 위해 자체 그래프 DB ‘넵튠(Neptune)’과 S3 기반 레이크하우스 기능 고도화를 병행하고 있으며, 최근 오픈 모델 학습 툴킷인 ‘노바 포지(Nova Forge)’ 발표를 통해 고객이 자신만의 AI 모델을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AWS의 방향성과 대조되는 분야는 범용 AGI다. 현재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은 풍부한 인터넷 데이터를 토대로 거대 언어모델을 발전시키며 소비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델들은 점점 정제된 데이터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전문 도메인 지식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있어 경제적 지속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2030년까지 매출의 최대 25%를 고급 도메인 데이터 확보에 투입해야 할 것이란 계산도 나온다.
반면, 대형 금융사 JP모건체이스나 아마존닷컴은 사내 AI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경험자산으로 축적 중이다. 데이터를 쓸수록 가공 정밀도가 높아지고, 그 경험이 AI를 더 현명하게 만들어 다시 업무 효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 이렇게 구축된 데이터 자산은 실질적인 경쟁 우위의 핵심 자본이 되며 생성 AI의 진정한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
이처럼 워커비 AG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기업내 모든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행동하는 지능형 구조로 진화 중이다. 기존의 좌석 기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모델도 이 변화에 맞춰 가치-기반 가격체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가 아닌 비즈니스 결과가 구매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의 전제는 결국 ‘중간층’이라 불리는 시스템 지능화 구조가 완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AWS의 강점은 탄탄한 인프라와 에이전트 제어 프레임워크인 에이전트코어에 있지만, 시스템 지능화를 위한 컨텍스트 통합 계층은 아직 산업 전반에서 미완성 상태다. 팔란티어나 셀로니스와 같은 전문 업체들이 이 영역을 선도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해법은 여전히 부재하다.
흥미로운 변수는 GPU 인프라 시장에서도 포착된다. AWS는 자사 GPU 인프라가 가장 우수하다고 강조하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체 개발한 AI 칩 '트레이니엄'도 통해 투자 병행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공급 부족과 초기 고장률 문제로 전세계 AI 데이터센터가 몸살을 앓은 와중, AWS는 점진적으로 GPU 기반 인프라 최적화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AI 시장은 메시아 AGI를 추구하는 연구소 중심 접근과 워커비 AGI를 실현하는 기업 중심 전략이 충돌하는 형국으로 나뉠 전망이다. AWS는 기업의 운영 현실에 밀착한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한 발판 기술, 에이전트 제어, 모델 훈련 및 관리 도구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구축하고 있다.
에이전트 수나 외형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깊이 있는 데이터 통합과 실행 프레임워크에서 미래 기업가치는 좌우될 것이란 점에서, AWS의 실용적 노선은 장기 전략으로 점차 시장의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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