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할리우드의 대표적 저작권 수호자 디즈니의 벽을 허물었다. 최근 디즈니는 오픈AI(OpenAI)와 손잡고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투자하는 동시에, 자사 인기 캐릭터를 소라(Sora) 영상 생성 모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아이거 CEO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미디어 산업 전반을 압도하는 AI 콘텐츠 변화의 흐름과, 젊은 층을 사로잡은 틱톡(TikTok) 등 숏폼 중심의 콘텐츠 환경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는 디즈니로선 제한적 수익을 눈치보며 기대해야 하는 반면, 오픈AI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IP를 확보하며 콘텐츠 기반 AI 학습에서 확실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분석된다. 계약 조건상 디즈니 캐릭터의 음성과 얼굴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보호장치는 마련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구현 가능성은 의문으로 남는다. 특히, 미키마우스 초기 버전인 스팀보트 윌리와 같은 캐릭터가 이미 퍼블릭 도메인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사용자 생성 AI 콘텐츠가 야기할 법적·브랜드 문제에 대해 조지아공대 마크 리들 교수는 "디즈니가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뢰의 균열 역시 AI 산업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실리콘앵글의 자회사인 theCUBE 리서치에 따르면, AI 에이전트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점점 악화되는 추세다. 각 주정부가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망상적인(Chatbot hallucinations)’ 출력 결과 문제를 시정하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실제로 AI 챗봇이 잘못된 정보로 인한 인명 피해까지 야기하면서 국민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AI 기술이 광고, 보안, 브라우저 등 민감한 영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거버넌스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I 규제를 추진하려는 주정부들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는 AI 정책은 연방 정부 차원의 일관된 기준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를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인공지능 산업은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에서도 인프라 투자 중심으로 급격히 확장 중이다. 아마존은 2030년까지 인도에 350억 달러(약 50조 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각각 175억 달러(약 25조 2,000억 원), 150억 달러(약 21조 6,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AI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으며, 이에 맞춘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도 보다 실용적인 ‘워커비 AGI(Worker-bee AGI)’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오픈AI의 샘 알트만이 말하는 '신의 AI(messiah AGI)'와 대비되는 이 실용 중심 접근법에 대해, AWS는 복잡한 이상보다 실용성 있는 AI 도구가 더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AWS의 리인벤트 행사에서는 화려한 기술쇼보다도 사용자 실현 가치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AI는 문화와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신뢰, 윤리, 규제, 거버넌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디즈니와 같은 콘텐츠 강자들도 AI의 물결을 피해가기보다는 거센 흐름 속에서 자사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AI 시대의 전환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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