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임원 된다…성과 책임지는 'AI 결정권자' 시대 개막

| 김민준 기자

AI 기술이 단순한 도구의 역할을 넘어서 독립적인 의사결정 주체인 'AI 임원(AI Executive)'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AI의 상업적 활용이 이제 단순 자동화를 넘어 조직 성과에 핵심적인 기여를 요구받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스트래탐 캐피탈(Strattam Capital) 공동 창업자인 밥 모스(Bob Morse)는 AI의 발명(invention)에서 혁신(innovation) 단계로의 전환을 설명하며, 현재 AI 기술에 대한 자본 투입 중 상당 부분이 인프라 구축 등 가능성 확장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약 5조 달러(약 7200조 원)에 이르는 투자가 고급 연산 능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산업적 응용에 대한 투자는 이에 비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모스는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이론을 활용해 AI의 역할 재정의를 시도했다. 드러커가 주장한 ‘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 개념처럼, AI 시스템 역시 단순한 지시 수행을 넘어서 결정 권한을 일부 위임받는 지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AI 임원’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하며, 기존의 AI 보조도구나 챗봇처럼 제한적인 역할이 아닌, 결과 중심의 책임 있는 주체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소프트웨어 과금 모델에서 나타난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이 사용자 단위 과금(pay-per-user)에 기반을 두는 반면, AI 솔루션은 결과 기반 과금(pay-for-outcomes)이라는 전혀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이는 '성과 지향형 구조'로의 대전환이며, 투자 패러다임에도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다. 기업가치나 투자수익률을 꾸준한 반복수익에 기반했던 기존 SaaS 투자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AI 임원의 예시는 실제 기업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스트래탐 캐피탈이 투자한 넷스톡(Netstock)은 중형 기업을 대상으로 재고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다. 기존에는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분석 도구 수준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AI가 주문 변경 또는 취소 권고까지 수행하면서 사용자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객의 약 24%가 재고 결정을 전적으로 AI에 위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부분적 위임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는 미래 AI 기술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얼마나 깊이 관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히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툴이 아닌, 넓은 범위에서 조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주체로서 AI를 바라봐야 하는 변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더불어 모스는 인간 임원과 AI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은 위험회피 성향과 생활비, 가족, 주택담보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반면, AI는 그런 제약이 없다. 따라서 결과에 따른 성과 기반 보상 모델을 설계할 때, 이러한 비대칭을 고려한 새로운 산업 표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AI의 발명이 아닌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책임 있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다음 AI 시대의 핵심 과제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기업 운영 방식뿐큼이나 투자 전략에도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