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드 작성 스타트업 젠코더(Zencoder)가 ‘젠플로우(Zenflow)’라는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 툴을 선보이며 기존 ‘운 좋은 프롬프트 기대’ 방식에서 벗어나 구조화된 AI 코딩 자동화 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개발자 간 코드 생산성과 품질에 대한 피로가 커지는 상황에서 젠플로우는 AI 코딩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코드를 검증하고 공급망처럼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한다는 데 주목된다.
젠플로우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간 상호 검증을 통해 코드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강점이다. 젠코더의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루 필레프(Andrew Filev)는 “구조 없는 속도는 결국 기술 채무로 이어진다”며, 기존 AI 코딩 툴이 일정 규모 이상 확대될 때 한계를 드러내는 구조를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챗 기반 인터페이스는 간단한 보조에는 적합하지만,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일관성 있는 워크플로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젠플로우의 핵심은 네 가지다. 첫째, 작업 흐름을 구조화해 각 단계마다 계획, 구현, 테스트, 리뷰 절차를 명확히 한다. 둘째, 사양 기반 개발(spec-driven development)을 도입해 코드 작성 전 명확한 기술 명세를 요구한다. 셋째, 서로 다른 AI 모델이 생산한 코드에 대해 교차 검토(multi-agent verification)를 실시해 모델 편향을 방지한다. 마지막으로, 병렬 실행 환경에서 다수의 에이전트를 동시에 구동시켜 작업 충돌을 최소화한다.
젠코더 측은 이러한 오케스트레이션 접근 방식 덕분에 내부 개발 속도가 AI 도입 전보다 거의 두 배 빨라졌으며, 에이전트가 대부분의 구현을 책임지는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기술총괄 윌 플루리(Will Fleury)는 "젠플로우는 코드 작성을 잘하게 하기보다 모델의 의도를 분명히 이해시키고, 일관된 품질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AI 코드 생성 도구들에서 자주 지적되는 ‘AI 슬롭(AI Slop)’ 문제, 즉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작동이 불안정하거나 반복 수정 과정에서 오히려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필레프는 "검증 없는 코드 자동화는 일종의 ‘죽음의 루프’로 이어진다"며 "문제가 생겨도 원인을 추적하지 못하고, 코드를 작성한 AI에게 다시 문제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이 역시 자기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젠코더는 각기 다른 모델이 참여하는 교차 검증 방식을 통해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구글(GOOGL)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의 일방향적 모델 기반 접근 방식을 능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모델에 대한 종속을 없앤 ‘에이전트-불간섭’ 구성은 다양한 상황에서도 더 안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젠플로우는 현재 무료로 배포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Visual Studio Code), 젯브레인(JetBrains) 등 주요 개발 환경과 호환되는 플러그인도 포함돼 있다. AI 코딩 자동화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고 싶은 개발팀이라면 젠플로우를 통해 구조적이고 검증된 개발 문화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