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대부’로 불리는 얀 르쿤 뉴욕대학교 교수가 12년간 몸담아온 메타를 떠나 새 스타트업을 설립하면서, 그 기업 가치가 약 5조 원대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글로벌 기술기업 중심이던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AI 산업의 지리적 다변화에도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르쿤 교수는 2026년 초 ‘어드밴스드머신인텔리전스랩스(AMI랩스)’를 설립하고 이사회 의장을 맡을 계획이다. 이 스타트업은 설립 초기 기업가치를 30억 유로(약 5조 2천억 원)로 잡고, 5억 유로 규모의 초기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투자에는 메타가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기술 협력 등 파트너십 관계는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르쿤 교수는 그동안 인공지능 모델의 한계를 비판해왔다. 현재 AI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언어모델(LLM)’은 단어 예측 기반의 기술일 뿐이며,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추기에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반해 그는 AI가 세상을 실제로 관찰하고 이해하는 ‘세계 모델(World Model)’ 접근법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예측하고 추론하는 이 방식은 기존 언어 중심의 AI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띤다.
AMI랩스의 본사는 메타나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프랑스 출신인 르쿤 교수는 최근 파리에서 열린 AI 행사에서 “실리콘밸리는 생성형 AI 기술, 특히 LLM에 몰두하고 있다”며 “진정한 AI 지능을 위한 연구는 실리콘밸리 바깥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스타트업의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 건강기술 기업 나블라의 창업자 알렉상드르 르브룅이 맡기로 했으며, 나블라는 AMI랩스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창업 결정을 이끈 배경에는 메타의 AI 정책 변화도 영향을 줬다.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초지능(HLI: Human-Level Intelligence)을 AI의 최종 목표로 설정하면서 내부 조직을 재편했고, 이 과정에서 르쿤 교수의 상급자로 20대 AI 스타트업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이 새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르쿤 교수는 독립적인 연구 활동을 위해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개발 방향에 대한 철학적 차이가 기술 창업으로 연결된 이 사례는, 앞으로 AI 기술의 다양성과 지역 간 연구 거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르쿤 교수의 도전이 실리콘밸리에 집중된 AI 중심축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AMI랩스가 세계 모델 분야에서 실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AI 기술 진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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