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에 AI 혁신 바람… 엔드라, 288억 시드 투자 유치

| 김민준 기자

스웨덴의 AI 스타트업 엔드라(Endra Systems AB)가 건축 설계 엔지니어링 혁신을 위한 시드 투자금 2000만 달러(약 288억 원)를 유치했다. 난이도 높은 기계·전기·배관 설계(MEP)를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반 최적화에 강점을 갖는 특화 솔루션으로, 전통적으로 수작업에 의존해 온 건축 설계 산업 전반에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는 유럽계 벤처캐피털 노션 캐피털(Notion Capital)이 주도했으며, 이전 라운드 투자자였던 노르스켄 벤처스(Norrsken VC)와 엔젤 투자자들도 다시 참여했다. 엔드라는 지난 5월 프리시드 라운드에서 300만 유로(약 44억 원)를 확보한 데 이어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드라가 공략하는 분야는 건축의 인프라 격인 기계·전기·배관 기술(MEP) 영역이다. 이는 현대 건축물에 필수적인 공조환기, 전기 배선, 소방설비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높은 기술력과 수작업 설계가 요구된다. 엔드라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니클라스 린드그렌(Niklas Lindgren)은 “지난 25년간 해당 분야의 설계 기술에는 혁신이 없었다”며 “엔드라는 이 정체된 산업을 수백 배 더 빠른 설계 속도로 근본부터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해당 플랫폼이 오토데스크의 대표적인 BIM(건축정보모델링) 툴인 레빗(Revit)과 완전히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건물의 3D 설계 도면, 관련 법규, 시스템 유형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복잡한 배선 설계, 배관 구조, 화재 경보 위치 지정을 자동화하며, 그 과정에 대규모 언어모델(LLM), 머신러닝, 3D 시뮬레이션 알고리즘 등을 폭넓게 활용한다. LLM은 건축물의 의도를 이해하고 각 지역의 규정 해석까지 도맡아 설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2024년 말에 설립된 이 스타트업의 현 직원 규모는 10명에 불과하지만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1년 내 세 배로 늘릴 계획이며, 미국·영국·독일 시장 진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출시된 지 넉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전 세계 90개국 이상에서 600곳이 넘는 기업이 도입 대기 중이라는 점도 엔드라 플랫폼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보여준다.

노션 캐피털의 로빈 완룬드(Robin Wänlund)는 “MEP 설계는 대부분 규칙 기반에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AI 자동화가 가져올 파급력이 매우 크다”며, “엔드라는 단순히 기존 AI 모델을 제품 위에 얹는 방식이 아닌, 결정적 머신러닝 모델 기반의 고난도 최적화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엔드라의 부상은 건축 산업에서 AI 기술 도입이 단순 실험을 넘어 실질적 설계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