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식료품 배달 플랫폼 인스타카트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동적 가격 실험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일부 소비자에게 동일 제품에 대해 다른 가격을 제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이를 시연한 테스트 툴 ‘에버사이트’에 대한 소매업체들의 접근을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미 소비자 단체 ‘컨슈머 리포트’가 공개한 보고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카트가 사용하는 AI 기반 가격 책정 시스템은 동일한 매장에서 구입한 같은 상품들의 가격이 최대 7%까지 차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약 1,000달러(약 144만 원) 수준의 추가 지출로 이어질 수 있는 규모다.
인스타카트는 2022년 약 5,900만 달러(약 850억 원)를 들여 테스트 도구 ‘에버사이트’를 인수했으며, 이 기술을 통해 다양한 가격 전략을 실험하며 고객 반응을 측정해왔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되는 불공정한 구조임이 밝혀지며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인스타카트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삼아온 기업이기에 이번 실험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실험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회사는 또 테스트 당시 수집된 데이터는 개인 정보나 인종, 수입 수준과 같은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지표와 무관하며, 시스템은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가격 결정은 전적으로 소매업체들이 맡았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최근 FTC는 인스타카트의 가격 운용 방식에 대해 민사 조사 요구서를 발송하고 공식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인스타카트는 이미 다른 사안에서도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직전 주 FTC는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한 혐의로 인스타카트에 고객 환급금 6,000만 달러(약 864억 원)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는 만족 보장 프로그램과 관련한 잘못된 광고 관행이 결정적 사유로 지목됐다.
인공지능이 소비자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스타카트의 이번 실험 중단은 업계 전반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료품처럼 기본적인 생활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일수록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적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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