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오픈AI에 32조 투자 위해 ARM·T모바일 담보로 배팅

| 김민준 기자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대한 225억 달러(약 32조 4,000억 원)의 투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말까지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후지쯔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은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홀딩스 지분과 T-모바일 USA 지분 등을 담보로 대출안을 검토 중이며, 27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 보유액 활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자금 마련은 오픈AI가 미국과 우방국 전역에 걸쳐 수십 개의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의 핵심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오픈AI는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 및 소프트뱅크와 함께 총 5000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백악관에서 공식 발표됐으며, 미국이 ‘범용 인공지능(AGI)’ 주도권을 장악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였던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타게이트 공개 직후 "이들은 실제로 자금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프로젝트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오라클(Oracle)은 최근 1년간 막대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 부담이 가중되며 주가까지 영향을 받았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엔비디아(NVDA)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금 확보에 나섰으며, 오픈AI가 지난 10월 비영리 구조에서 이익 추구형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투자 책임의 상당 부분이 소프트뱅크 측으로 넘어온 상황이다. 손 회장은 현재 50만 달러 이상의 신규 프로젝트는 본인 승인 없이는 진행하지 못하도록 내부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로서는 이번 투자금 유입이 절실하다. 구글이 내놓은 ‘제미니(Gemini)’를 비롯해 경쟁 업체들이 자사 AI 모델 성능을 앞지르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는 가운데, 샘 알트먼(Sam Altman) CEO는 내부에 ‘코드 레드’ 상황을 선언하며 모든 자원을 챗GPT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의 성공 여부는 오픈AI의 미래뿐 아니라 미국의 AI 주도권 및 소프트뱅크의 글로벌 투자 전략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된다. 연말이 임박한 시점에서 손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전 세계 AI 산업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