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유럽 인쇄문화의 대표작인 '뉘른베르크 연대기(Nuremberg Chronicle)'의 수수께끼 같은 주석을 구글(GOOGL)의 최신 인공지능 '제미니 3.0 프로(Gemini 3.0 Pro)'가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불분명했던 인류사 기록의 빈칸을 AI가 메운 역사적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경우는 단순한 문자 인식 기술을 넘어서, 복합적인 컨텍스트 추론능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해당 유물은 1493년에 인쇄된 세계 최초의 삽화 연대기 중 하나로, 일부 필사본에는 '라운델(roundel)'이라 불리는 원형 주석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의미는 수백 년간 밝혀지지 않았다. 제미니 3.0 프로는 기존 AI의 한계를 넘어, 필체 분석은 물론 라틴어 약자·로마 숫자 해석·기독교 신학의 연대기 체계 등을 통합적으로 이해해 이를 해독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GDELT 프로젝트 연구진이 제미니에 고해상도 이미지를 입력하고, AI가 내용을 분석·해석하면서 시작됐다. 라운델 내부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구약성서 속 계보 연대를 서로 다른 성경 전통(히브리어 성경과 70인역)을 기준으로 비교·조정한 결과임이 드러났다. 제미니는 중세의 '연대기적 계산법(Anno Mundi system)'을 활용해 아브라함의 출생 시기를 결정하려는 시도가 주석의 핵심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미니는 약간의 계산 착오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논리 구조는 명확하고 일관됐으며, 당시 성서 해석 방식과도 부합했다. 단순히 내용을 베껴 적는 수준이 아니라, 주석의 목적과 맥락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가능한 접근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GDELT 프로젝트 측은 블로그를 통해 “LLM의 시각적 이해력이 향상되면서, 이제 500년 된 고문서의 약어 필기도 해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사람의 개입없이도 복잡한 역사 자료를 독립적으로 해석해낼 수 있는 AI의 가능성을 실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디지털 인문학과 고문서 보존, 역사학 연구 등에서 인공지능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여전히 수많은 미해석 유물과 기록이 산재한 학계에서 AI는 지식 발굴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도 멀티모달 AI 기술의 진화가 얼마나 폭넓은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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