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에이아이, 메타플랫폼스, 스페이스엑스에이아이가 최근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의 경쟁 축이 성능 중심에서 가격 대비 효율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12일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들 업체는 지난주 각각 실속형 인공지능 모델을 공개했다. 오픈에이아이가 선보인 ‘지피티-5.6’은 토큰(인공지능 사용량을 재는 단위) 소모를 줄이면서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스페이스엑스에이아이의 ‘그록 4.5’는 동급 경쟁 모델보다 토큰 효율이 2배 수준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메타의 ‘뮤즈 스파크 1.1’ 역시 가격 경쟁력 강화가 핵심 방향으로 제시됐다. 그동안 생성형 인공지능 업계는 더 정교하고 더 강력한 모델 개발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같은 일을 더 적은 비용으로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현실이 있다. 주요 기업들이 코딩, 콘텐츠 제작, 연구개발, 생산 관리 같은 여러 분야에 인공지능 에이전트(업무를 보조하거나 일부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고급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도입하면서 사용료가 재무구조에 눈에 띄는 압박 요인으로 떠올랐다. 인공지능 개발사들은 보통 토큰 사용량에 비례해 요금을 매기는 종량제를 적용하는데, 고객사들이 경쟁적으로 사내 활용을 확대하는 이른바 ‘토큰맥싱’에 나서면서 비용은 급격히 불어났다. 프랑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에이치 컴퍼니의 고티에 클루아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한 기업 최고경영자가 보여준 월간 인공지능 사용료 청구서가 수백만달러, 우리 돈으로 수십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선두 업체들의 전략도 그만큼 달라지고 있다. 오픈에이아이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고성능 모델의 우위를 앞세워 기업 구독료를 계속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최근에는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을 더 자주 강조하고 있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최근 씨엔비시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인공지능 도입의 실제 가치와 비용 부담을 함께 따지고 있다며, 고객이 비용 대비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지난달 고객들이 자사 인공지능 사용량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내놓고, 요금 상한을 관리하는 기능도 보강했다. 메타는 기업용 시장의 후발 주자이지만 처음부터 ‘합리적 가격’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일부 업체의 요금 정책이 지나치게 비싸고 높은 이윤을 추구한다며, 자사는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을 더 합리적인 비용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업계 전반의 가격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는 현재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앤트로픽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시장분석업체 아티피셜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주력 모델인 ‘오퍼스’와 ‘페이블’은 현재 업계에서 가장 비싼 제품군으로 분류된다. 결국 인공지능 시장은 이제 단순히 가장 뛰어난 성능을 내는 회사가 아니라, 기업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안에서 얼마나 많은 생산성을 제공하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기업용 인공지능 서비스의 요금 인하와 상품 세분화를 더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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