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코인 BTC 보유량 77% 급감, KYC 의무화 후 사용자 대규모 이탈

| 이준한 기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쿠코인(KuCoin)이 고객확인제도(KYC) 의무화를 발표한 2023년 중반 이후 비트코인 보유량이 극적으로 감소했다.

5일(현지시간)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쿠코인은 해당 기간 이후 비트코인 보유량이 77%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체인 스쿨(Onchain School)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쿠코인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2023년 6월 5일부터 6월 28일 사이에 1만 8,300 비트코인(BTC)에서 단 4,100 비트코인으로 줄어들었다.

1만 4,000개 이상의 비트코인 유출은 쿠코인이 KYC 절차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급격한 감소는 2023년 6월 5일 KYC 전면 개편에 대한 소문이 퍼진 후 시작됐다. 이후 6월 28일 쿠코인이 7월 15일부터 모든 신규 등록 사용자에게 KYC 인증 완료를 요구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 이후 유출이 더욱 가속화됐다.

쿠코인은 기존 사용자들도 새로운 입금을 포함한 주요 서비스에 접근하려면 KYC를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용자들은 출금 및 스테이킹 제품 상환과 같은 기능에 대한 제한적 접근 권한을 유지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보유량 감소는 업계의 더 넓은 추세였지만, 쿠코인의 사례는 그 속도와 규모 면에서 두드러진다.

"이 유출의 시기와 규모는 KYC 시행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온체인 스쿨은 언급하며, 이는 "특히 개인정보 보호가 위험에 처한 것으로 인식될 때 사용자들이 규정 준수 관련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쿠코인의 KYC 업그레이드는 글로벌 자금세탁방지(AML) 관행에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 의무와 글로벌 규정 준수 기준을 정책 변경 이유로 꼽았다.

"글로벌 규제와 자금세탁방지 관행의 제한적 환경으로 인해 쿠코인은 의무적 KYC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당시 회사는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변경의 배경에는 미국의 법적 압박이 있었다. 2024년 미국 검찰청은 쿠코인과 모회사인 PEKEN 글로벌 리미티드(PEKEN GLOBAL LIMITED)가 미국 자금세탁방지 및 KYC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합의의 일환으로 쿠코인은 2억 9,7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최소 2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동의했다.

연방 검찰은 쿠코인이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금융서비스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기본적인 AML 안전장치 구현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쿠코인은 수십억 달러의 의심스러운 거래가 자사 플랫폼을 통과하도록 허용했다.

"쿠코인은 범죄 활동의 수익을 세탁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고 다니엘 R. 사순(Danielle R. Sassoon) 미국 검사가 말했다.

기소장은 또한 쿠코인이 2017년 이후 150만 명 이상의 미국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1억 8,400만 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수금했음에도 수년 동안 의미 있는 KYC나 AML 프로그램을 구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내부 절차는 부재하거나 무시됐으며, 고객 신원은 2023년 중반까지 대부분 확인되지 않았다.

플랫폼은 2023년 7월부터 신규 사용자에 대한 KYC를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기존 사용자들은 훨씬 나중까지 인증 없이 거래하거나 출금할 수 있었다. 2024년 초 모든 거래소 브로커 하위 계정에 대한 의무적 확인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브로커 하위 계정에 대한 KYC는 웹 인터페이스가 없기 때문에 쿠코인의 API를 통해 제출해야 한다. 사용자는 또한 계정당 한 번만 인증해야 한다.

쿠코인은 마스터 계정 아래 생성된 일반 하위 계정은 KYC 규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이미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비트코인 유출은 쿠코인 사용자 기반의 큰 부분, 특히 익명성을 중요시하는 사용자들이 규정을 준수하기보다는 자금을 인출하는 쪽을 선택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