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데리빗 2.9조 원에 인수… 암호화폐衍生시장 판 흔든다

| 김민준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미국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가 옵션 거래 전문 플랫폼 데리빗(Deribit)을 약 2조 1,000억 원($2.9B)에 인수하는 초대형 거래를 발표하면서, 암호화폐衍生시장 진출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번 인수는 현금 10억 원($700M)과 코인베이스 주식 1,100만 주로 구성됐다고 회사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단순한 인수 이상이며, 우리가 구상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암호화폐 파생상품 플랫폼 구축의 핵심 축”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합병을 통해 규제 준수와 사용자 중심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인수 대상인 데리빗은 지난 2022년 QCP 캐피털과 폴리비우스 캐피털 등으로부터 약 580억 원($40M)을 투자받으며 5,760억 원($400M)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시부터 파생상품 시장 내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주목받아 왔으며, 이번 인수는 데리빗의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거래는 전반적인 암호화폐 인수합병(M&A) 흐름 속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이후,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련 업계의 대형 자산 거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립플(Ripple)의 1조 8,000억 원($1.25B) 규모 히든로드(Hidden Road) 인수, 크라켄(Kraken)의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 인수도 같은 흐름 속에 진행됐다.

시장 전반의 자금 흐름도 회복세다. 올해 1분기 웹3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투자액은 총 220건, 5,472억 원($3.8B)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38% 급증했다. 이는 아부다비 기반의 투자사 MGX가 바이낸스(Binance)에 2조 8,800억 원($2B)을 투자한 대형 계약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 거래는 단일 기업 투입 기준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암호화폐 투자 사례로 기록됐다.

코인베이스의 데리빗 인수는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암호화폐 금융 인프라의 주요 기능을 직접 장악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기관 투자자 중심의 레버리지와 옵션거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 시장 환경에서, 코인베이스는 규제 준수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중심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인수가 향후 암호자산 시장 판도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업계 전반은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