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FTX 청산단의 17억 달러 손배소 기각 요청

| 손정환 기자

바이낸스가 FTX 청산단의 17억 6000만 달러(약 2조 5000억 원) 규모 소송에 대해 법적·사실적 근거가 없다며 기각을 요청했다. 바이낸스는 최근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FTX가 자체 붕괴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2021년 FTX가 바이낸스로부터 자사 지분 20%를 되사들인 거래가 발단이 됐다. 당시 FTX는 BNB, BUSD, FTT 토큰 약 17억 6000만 달러어치로 지분을 매입했다. FTX 측은 이미 당시 회사가 지급불능 상태였으며 고객 자금을 유용해 바이낸스 지분을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낸스 법무팀은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FTX가 해당 거래 이후에도 1년 넘게 정상적으로 영업을 지속했다는 점을 들어, 이는 파산 직전 기업의 행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FTX의 몰락이 "역사상 가장 대규모 기업 사기 중 하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25년형을 선고받은 샘 뱅크먼-프리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FTX 법무팀은 전 바이낸스 CEO 창펑 자오의 2022년 11월 6일자 트윗도 문제 삼고 있다. 당시 자오는 "최근 밝혀진 사실"을 이유로 바이낸스가 보유한 FTT 토큰을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FTX는 이 트윗이 대규모 고객 인출 사태를 촉발했다고 주장한다.

바이낸스는 해당 트윗이 코인데스크가 알라메다의 재무상태 문제를 폭로한 기사를 근거로 했다며, 단순 트윗 하나가 FTX 붕괴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 제출 문서에서 바이낸스는 "자오의 트윗이 허위였다거나 FTX를 의도적으로 붕괴시키려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낸스는 관할권 문제도 제기했다. 바이낸스 법인들이 미국에 기반을 두지 않았고 해당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미국 법원에서 이 사건을 다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파산법원에서 주법 관련 청구를 다룰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FTX는 5월 30일부터 시작되는 2차 변제를 통해 채권자들에게 50억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바이낸스를 상대로 한 17억 6000만 달러 소송전은 법원이 기각하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