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실험,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챙긴다…6대 시중은행장들과 면담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6대 시중은행장들을 일일이 찾아가 CBDC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하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이 총재는 최근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6곳을 직접 방문해 은행장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시간은 은행마다 평균 30여 분 정도였고, 그는 이 자리에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관련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아고라’와 국내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프로젝트 아고라는 각국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CBDC 실험이다. 주요 내용은 기관용 CBDC와 시중은행이 발행하는 토큰화된 예금을 활용해, 국가 간 지급결제 인프라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한국은행 외에도 국제결제은행(BIS),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멕시코 등 7개국 중앙은행과 국제금융협회(IIF), 국내 은행 6곳 등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이 총재는 아고라 프로젝트가 BIS가 목표하는 대로 정착되면, 참가 은행들도 외환 거래나 법적 리스크 축소 등에서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하반기에는 테스트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CBDC와 결제 실용화를 실험하는 국내 프로젝트인 '한강'도 진행 중이다. 한강 프로젝트는 은행 예금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고 이 토큰을 실제 결제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약 10만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 중이며,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관련 실험 비용의 3분의 1 이상을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참여 은행이 전액을 부담했기에, 이번 발표는 은행들의 부담을 줄이고 참여를 독려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도 이날 면담에서 오갔다. 이 총재와 시중은행장들은 무분별한 코인 발행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했고, 자금세탁 위험과 제재 가능성 또한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 방안을 실무 선에서 검토 중이며, 한국은행은 제도 허용 시 코인 발행 인가에 적극 개입한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오는 26일 6개 은행장 및 방한 중인 티모시 애덤스 국제금융협회(IIF) 사장과 함께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아고라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글로벌 금융 이슈를 폭넓게 공유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총재가 미래형 디지털 결제 체계 구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이번 면담이 향후 간담회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