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인터넷 그룹(Circle Internet Group Inc.)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공식 발표하며 암호화폐 시장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공개된 기업공개(IPO) 계획에 따르면 서클은 클래스 A 보통주 2,400만 주를 공모한다. 이 중 약 960만 주는 자체 발행 주식이며, 나머지 144만 주는 기존 주주들이 매도에 나선 물량이다. 공모가는 주당 24~26달러로 책정됐으며, 거래는 'CRCL'이라는 티커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상장은 디지털 자산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인 USDC를 발행한 기업의 공식 시장 데뷔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USDC는 1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시가총액은 614억 달러(약 88조 4,000억 원)에 이르며, 테더(USDT)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규제 흐름이 다소 유연해짐에 따라, 암호화폐 발행사들의 제도권 진입 시도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상황도 이번 IPO 추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클은 사실상 2년 전인 2022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콘코드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한 바 있다. 2024년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IPO 서류를 제출하며 상장 재추진 움직임을 보여왔고, 이후 2025년 4월에 공식적으로 S-1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중 무역 긴장과 금리 변동성에 따른 IPO 시장 위축으로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서클은 IPO 이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와 리플(Ripple Labs)로부터 총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 규모의 인수 타진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공식 협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13년에 설립된 서클은 원래 블록체인 기반의 소비자 금융 플랫폼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기업 고객을 위한 디지털 결제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USDC는 높은 투명성과 민첩한 결제 처리로 많은 글로벌 핀테크 기업과 블록체인 프로젝트로부터 신뢰를 받아왔다.
가장 최근에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미국 주요 금융 규제 기관들이 암호화폐 관련 제한적 입장을 철회하며, 미국 내 기관들의 암호화폐 시장 접근성을 넓혀주는 제도적 전환도 이뤄졌다. 이는 서클과 같은 디지털 자산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서클의 이번 IPO는 2021년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 이후 가장 주목받는 암호화폐 기업 상장 사례로 평가된다. 상장 이후 자금력 확보를 통해 각국 규제 요건을 충족하고, 경쟁 심화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