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 암호화폐·스타트업 전용 은행 '에레보어' 설립 추진…트럼프 친화 정책과 맞물려

| 김민준 기자

미국 억만장자들이 트럼프와 가까운 인물 피터 틸(Peter Thiel)과 함께 스타트업과 암호화폐 기업을 위한 전문 금융기관 설립에 나선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 붕괴 이후 생긴 업계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프로젝트가 ‘에레보어(Erebor)’라는 명칭의 은행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 은행 인가를 신청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에레보어는 전통 금융기관이 취급을 꺼리는 암호화폐 기업과 초기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을 계획이다. 참여 인물들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테크·투자 인사들로 구성됐다.

은행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참여자는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다. 틸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는 이번 은행의 초기 투자사로 참여했다. 이외에도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공동창업자인 팔머 럭키(Palmer Luckey)와 벤처캐피털 8VC의 창립자 조 론스데일(Joe Lonsdale)도 창립 멤버로 알려졌다.

틸은 특히 비트코인(BTC)과 디지털 자산의 장기적 가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인물로, 암호화폐 업계에서 명성이 높다. 최근에는 그가 초기 지분을 보유한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쉬(Bullish)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신청서를 제출하며 규제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이번 탈중앙금융(DeFi) 지향 은행 설립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암호화폐 정책 기조와도 결을 같이한다. 틸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이자 정책 자문에도 관여했던 인물로, 향후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금융 기반 확대를 위한 선제적 포석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