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 미국 전국 은행 인가 신청…전통 금융 진입 본격화

| 손정환 기자

리플(XRP)이 미국에서 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국 은행 인가(national banking license)*를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신청했다. 이는 최근 자사 스테이블코인 ‘리플 USD(RLUSD)’를 정식 출시한 데 이은 대규모 금융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리플이 기존 암호화폐 기업의 경계를 넘어 전통 금융권과의 교차점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신청이 허가될 경우, 리플은 연방 금융 규제를 받는 금융기관으로 격상된다. 즉, 디지털 자산 기반이지만 규제 틀 안에서 전통 은행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이 점차 제도권 금융과 교차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리플이 나아가는 방향은 시장 전체에도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리플은 작년 12월 자체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출시한 이후, 뉴욕 금융서비스국(NYDFS)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바 있다. 현재 RLUSD의 시가총액은 약 4억 4,000만 달러(약 6,116억 원)에 이르며, 최근에는 RLUSD 트레저리를 통해 1,400만 개 RLUSD(약 193억 원 상당)가 추가 발행되기도 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는 이번 라이선스 신청을 “리플의 진화를 상징하는 이정표”라고 표현하며, 디지털 자산과 주류 금융의 완전한 융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플 외에도 암호화폐 결제 기업 서클(Circle)은 지난 6월 OCC에 *국가 신탁은행 인가(national trust bank charter)*를 신청했다. 앞서 코인베이스($COIN)와 팍소스 역시 은행 인가를 적극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이 자격을 획득한 암호화폐 기업은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이 유일하다.

리플의 행보는 단순히 사업 확장의 차원을 넘어, 암호화폐 기업이 전통 금융 제도권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주도권은 물론, 규제 아래의 금융 서비스 개척 여부가 향후 리플의 시장 지배력에 중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