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닷컴·앤트그룹,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추진…달러 패권에 도전장

| 김민준 기자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 JD닷컴과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이 인민은행(PBOC)에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미국 달러 연동 토큰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들은 역외 위안화(CNH)를 바탕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홍콩에서 발행해 달러의 영향력을 일부 상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두 기업은 최근 인민은행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는 데 시급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JD닷컴은 홍콩에서 시범 발행한 뒤, 중국의 자유무역지대로 확대하는 계획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규제당국의 초기 반응도 긍정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JD닷컴과 앤트그룹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 신청을 준비 중이다. JD닷컴의 창업자 류창둥(Liu Qiangdong)은 지난 6월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를 획득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위안화의 글로벌 위상 하락에 대한 위기감 속에서 나왔다. 세계은행결제시스템 SWIFT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위안화는 글로벌 결제 비중 2.89%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달러는 48%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 중국은행 부총재 왕융리(Wang Yongli)는 “위안화 결제가 달러 스테이블코인보다 비효율적이라면 중국 입장에선 전략적 위험”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타이밍 역시 중요하다. 홍콩 당국은 최근 디지털 자산 중심 정책인 ‘LEAP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오는 8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라이선스 제도는 실물 기반 사용 사례 확대를 목표로 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580억 달러(약 359조 원)에 달하며,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스테이블코인이 모두 달러 연동 토큰이다.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EURC(EURC)가 11위로 비달러권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 역시 디지털 위안화 확산을 위한 국제거점 설립에 나서고 있다. 인민은행 팡공셩(Pan Gongsheng) 총재는 지난 발표에서 상하이에 국제 디지털 위안화 운영센터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히며, “하나의 통화가 아닌 여러 통화가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는 ‘다극화 구조’를 추진할 것”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이는 달러와 유로 등 소수 통화가 중심인 기존 체제와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중국과 홍콩이 추진하는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국가 단위의 통화 주권 수호이자 글로벌 금융 주도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위안화 디지털화와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입은 중국의 화폐 패권 구상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