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인 테크 대기업인 JD닷컴과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이 홍콩에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며, 미국 달러 중심의 글로벌 거래 질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의 제안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다.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 및 달러 패권 견제를 위한 본격적인 전략 행보로 해석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두 기업은 중국 인민은행과 접촉해 홍콩 내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JD닷컴과 앤트그룹은 이미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나, 해당 통화가 미국 달러에 고정된 점에서 위안화 국제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JD닷컴은 비공식 회의에서 “글로벌 무역에서의 위안화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역외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요구 배경에는 미국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특히 테더(USDT)의 급성장이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의 99% 이상이 달러 기반이며, 이는 중국이 디지털 무역 주도권을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홍콩의 OTC 거래소 크립토HK는 “2021년 이후 중국 고객의 USDT 거래량이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달러나 유로에 맞먹는 국제통화로 키우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아왔지만, 자본 통제와 2021년 암호화폐 금지 조치 등 내부 제약으로 발목이 잡혀 왔다. 실제로 SWIFT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세계 결제 시장에서 위안화 점유율은 2.89%에 불과한 반면, 미국 달러는 48%를 넘겼다.
이에 대해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 해시키(HashKey)의 샤오 펑 회장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빠르게 규제 환경을 정비하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스테이블코인을 지지하며 관련 규제 정비에 나섰고, 실제 정책 추진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홍콩은 오는 8월 1일부터 새 암호화폐 규제를 가동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이와 유사한 규제가 진행 중인 싱가포르와 함께 해당 지역에서 라이선스를 신청할 예정이며, JD닷컴도 주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히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하나를 허용하는 문제가 아닌, 중국의 디지털 금융 전략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다. 미국이 디지털 달러 주도권을 선점한 가운데, 중국이 실질적인 위안화 확산을 원한다면 지금이 결정적 기회다. 스테이블코인 전쟁의 향방이 글로벌 금융의 다음 패러다임을 결정지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