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블록체인 톤(TON), 10억 달러 기업가치 인정…TOP, 410억 투자 유치

| 김민준 기자

텔레그램(Telegram)의 공식 블록체인인 톤(TON)의 주요 인프라 개발사인 더 오픈 플랫폼(TOP)이 최근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2,850만 달러(약 41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는 래빗 캐피털이 주도했으며, 판테라 캐피털 등 유수의 벤처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톤(TON)은 텔레그램의 암호화폐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으로, 2023년 텔레그램이 공식 블록체인 파트너로 선정한 이후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해왔다. TOP은 현재 텔레그램에서 통합 운영되는 암호화폐 지갑인 ‘월렛 인 텔레그램(Wallet in Telegram)’의 개발사로, 해당 지갑은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지역 사용자들이 톤코인(Toncoin)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텔레그램의 글로벌 사용자 기반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7억 명 수준이었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올해 3월 기준 10억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폭넓은 사용자 기반은 톤 블록체인이 실사용 기반 암호화폐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

톤 블록체인의 과거는 순탄치 않았다. 2018년 텔레그램은 TON 초기 개발을 위한 암호화폐 사전판매로 17억 달러(약 24조 4,800억 원)를 조달했지만, 이를 두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19년 미승인 증권 판매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텔레그램은 2020년 1,850만 달러(약 266억 원)의 벌금을 물고 자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SEC와 합의했다. 이후 텔레그램은 기존 TON 개발을 중단했으며, 현재의 톤은 커뮤니티와 새로운 개발사를 중심으로 재정립된 프로젝트다.

TOP은 톤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인프라 기업으로서, 암호화폐 지갑 외에도 탈중앙화 거래소, NFT 마켓플레이스, 게임 등 다양한 디앱(dApp)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TOP은 미국과 유럽 등 규제가 까다로운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라이선스 확보 및 인프라 강화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회사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TOP의 최고경영자 안드류 로고조프(Andrew Rogozov)는 “텔레그램의 글로벌 도달력과 톤의 기술력, 그리고 우리의 인프라 구축 역량이 결합되면, 전 세계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암호화폐를 일상에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10억 명 수준의 대규모 암호화폐 채택을 이끌어가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텔레그램 기반 블록체인이 규제 리스크를 넘어 실질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해석된다. 특히 글로벌 메신저와 연계된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들이 어떻게 주류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