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독립기념일 휴장, 비트마인 이머전 3000% 폭등 '이더리움 재무 전략 기업 왜 뜰까'

| 한재호 기자

뉴욕 증시가 독립기념일로 휴장한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은 새로운 투자 전략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었던 '비트마인 이머전(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 Inc, BMNR)'이 이더리움(ETH)을 주요 재무 자산으로 채택하겠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일주일 만에 3000% 이상 폭등하며 시장의 모든 주목을 받고 있다.

"제2의 스트래티지"…이더리움에 베팅한 비트마인

비트마인의 행보는 비트코인을 대량 매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Strategy)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비트마인의 선택은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비트마인의 주가는 하루 만에 약 695% 급등한 33.9달러에 마감했으며, 한때 14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돌파하기도 했다. 불과 일주일 전 시가총액이 약 26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작은 기업이 일으킨 거대한 파도였다.

이러한 폭등의 기폭제는 회사의 파격적인 발표였다.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준비금 조성을 위해 총 2억 5000만 달러(약 3385억 원) 규모의 사모 투자를 유치한다고 밝혔다. 주당 4.5달러에 5500만 주 이상의 신주를 발행하며, 조달된 자금은 전액 이더리움 매입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투자에는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판테라(Pantera),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크라켄(Kraken) 등 암호화폐 업계의 거물급 벤처 캐피털과 금융 기관들이 참여하며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왜 비트코인 아닌 '이더리움'인가?

비트마인의 전략을 이끌 인물로 미국 금융 리서치 기업 펀드스트랫(Fundstrat)의 공동 창립자이자 월가의 유명 전략가인 톰 리(Tom Lee)가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되었다.

톰 리는 "향후 회사의 핵심 성과 지표는 '주당 보유 이더리움 수(ETH per share)'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이더리움 축적 의지를 밝혔다.

그가 비트코인 대신 이더리움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가진 '프로토콜 수준의 기능성' 때문이다. 톰 리는 CNBC 인터뷰에서 "디파이(DeFi), 스테이킹, 그리고 특히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이더리움 위에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소비자, 상인, 금융 서비스 제공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실행된다"며 "이더리움을 축적함으로써 네트워크를 보호하고 일정한 영향력을 갖추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이더리움 생태계의 성장과 그 가능성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 금융 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과 이더리움 인프라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쳤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통과가 임박한 상황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4000% 급등 후 90% 폭락'…경고등 켠 유사 사례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과 한 달 전, 샤프링크 게이밍(Sharplink Gaming)의 사례는 투자자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컨센시스(ConsenSys)의 공동 창업자 조셉 루빈이 이끄는 이 회사 역시 이더리움 전략을 발표한 후 주가가 4000%라는 경이로운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 이후 주가는 90% 폭락하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비트마인의 열풍이 제2의 스트래티지 신화의 서막이 될지, 아니면 샤프링크 게이밍의 전철을 밟는 투기적 광풍에 그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가치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이 암호화폐 시장의 또 다른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