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디지털 달러 시대의 '국채'로 부상…스테이블코인이 견인

| 손정환 기자

이더리움(ETH)이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는 새로운 분석이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달러 수요 확산이 이더리움의 위상을 미국 국채에 비견될 만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디지털 달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더리움 기반 금융 생태계가 글로벌 경제에서 핵심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엘렉트릭 캐피털의 제너럴 파트너 마리아 션(Maria Shen)은 "스테이블코인은 역사상 어떤 금융 기술보다 빠르게 달러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더리움은 이러한 디지털 금융의 뒷단에서 작동하는 ‘금융 백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분석은 이더리움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제시됐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유통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수십억 명 사용자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해 디지털 달러를 직접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총 시가총액은 2,600억 달러(약 361조 4,000억 원)를 넘은 상태이며,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제공하지 못했던 유동성과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단순한 디지털 현금 보유를 넘어 수익과 투자 기회,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은행 시스템은 규제, 지리적 제약,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고, 이 빈자리를 이더리움이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더리움은 글로벌 접근성, 제도급 보안성, 검열 저항성을 갖춘 유일한 플랫폼”이라며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과 실물 기반 자산 토큰, 탈중앙금융(DeFi)를 포함하는 1,400억 달러(약 194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온체인 경제의 정산 레이어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더리움에는 600억 달러(약 83조 4,000억 원) 규모의 디파이 자산이 담겨 있어, 이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의 기초가 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이더리움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달러 경제에서 국채나 금처럼 신뢰 기반 자산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스테이블코인 사용 확대는 구조적으로 ETH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 디파이 담보, 네트워크 보안을 위한 ETH 스테이킹, 기관 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공급은 줄고 가치는 오르게 되는 선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 구도도 뚜렷하다. 비트코인(BTC)은 프로그래밍 가능성과 난이도 면에서 금융용으로 한계가 있고, 다른 블록체인은 보안성이나 분산성, 제도권과의 신뢰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기존 금융 시스템은 물리적인 위치나 거주 요건 등으로 글로벌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는 현실이라 디지털 자산 기반 결제가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마리아 션은 “우리는 2018년부터 프로그래머블 화폐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고, 당시엔 비트코인의 제도권 가능성을 이야기했다”며 “이제 그와 같은 논리를 이더리움에 적용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더리움이 새로운 디지털 달러 시대의 금융 인프라로서 자리매김할 준비를 끝마쳤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