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암호화폐와 부동산 시장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한때 혁신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암호화폐 담보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점점 더 많은 부동산 자산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암호화폐와 실물자산 간의 접점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두바이 최초의 토큰화 부동산 프로젝트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30억 달러(약 4조 1,700억 원) 규모의 실물자산 토큰화 계약까지, 관련 사례들은 시장에서 이미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딜로이트는 오는 2035년까지 전체 부동산 시장 중 4조 달러(약 5,560조 원) 규모가 토큰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처럼 부동산 토큰화는 고속 성장 중이며, 자본 규모에 관계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민주화된 투자 모델로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흐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핵심 질문이 있다. 바로 자산 보유자가 사망했을 때, 그 자산은 누구에게, 어떻게 상속되는가 하는 점이다. 부동산은 본래 상속 법리가 탄탄히 자리 잡아 있는 자산군이지만, 블록체인 기반 자산으로 전환되면서 이 상속 체계는 현격한 공백을 드러낸다.
토큰화된 부동산이 늘어나는 만큼, 법적으로 인정받는 상속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채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유럽연합이 마련한 ‘암호화폐시장규제(MiCA)’와 같은 규제는 존재하지만, 정작 상속 문제는 이 논의에서 빠져 있다. 법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디지털 자산 상속은 법적 혼선을 초래하거나, 자칫 수조 원대의 자산이 영구히 접근 불가능한 상태로 남을 수도 있다.
비공개 키를 오프라인 저장소에 보관하는 방식이 일종의 해결책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이는 키를 분실할 경우 자산 자체를 잃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복수 서명(multisig) 체계나 수탁 기관을 활용한 신탁 관리 방안도 고려되고 있으나,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 안에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스마트 계약 기능을 활용한 상속 자동화 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어, 소유자의 사망을 특정 조건으로 정의하고 이를 충족할 경우, 분할된 키를 후계자에게 자동으로 전달하는 구조다. 이 키는 NFT 형태로 샤딩되어 여러 상속자에게 전달될 수 있으며, 복수 서명 해제를 통해 자산 접근 권한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생체 인증 등 기존 실물 인증 기술과 결합하면, 상속과정에서 키 분실이나 오용 문제를 예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샤딩, NFT, 스마트 계약, 생체 인증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탈중앙 데이터 생존 프로토콜(DeDasP)’은 향후 부의 세습 구조를 재편할 핵심 기술로 떠오를 수 있다.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인 탈중앙성과 자동화 원칙에 부합하는 상속 시스템은, 부동산 토큰화 산업이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자산 시장으로 자리잡는 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디지털 상속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은 기술적 도전일 뿐 아니라 실물 자산 산업의 존속 여부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나 법적 공백, 혹은 비밀번호 하나의 망각 탓에 자산과 권리가 끊기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기반 기술은 이미 존재하며, 상속까지도 자동으로 구조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암호화 시장의 성숙을 의미한다.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부를 다음 세대에게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다면, 부동산 토큰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머지않아 자산의 표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