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A 시행 6개월, 유럽 암호화폐 시장에 '규제 경쟁' 불붙었다

| 손정환 기자

유럽연합(EU)의 암호화폐 규제법 'MiCA(암호자산시장 규제)'가 시행 6개월 차에 접어들며 유럽 전역의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CASP)와 스테이블코인(전자화폐토큰, EMT) 발행사들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최근 EU 전역에서 총 14곳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승인받았고, 39곳의 CASP가 정식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규제 이행 속도에 불이 붙고 있는 모습이다.

패트릭 한센(Patrick Hansen) 서클(Circle) 유럽 정책 총괄에 따르면,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7개국의 기업들이 총 20종의 EMT를 발행했으며 이 가운데 12종은 유로화, 7종은 달러화(USD), 1종은 체코 코루나화(CZK)로 표기됐다. 특히 코인베이스(Coinbase), 크라켄(Kraken), 비트판다(Bitpanda) 등 글로벌 암호화폐 기업들뿐 아니라 BBVA, 클리어스트림과 같은 전통 금융기관, 그리고 핀테크 기업 N26, eToro 등도 MiCA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범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자산참조토큰(ART) 발행사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수요 부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MiCA 제2부에 따라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백서 30건이 당국에 통보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제도권 내에서의 토큰 발행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가별로는 독일과 네덜란드가 라이선스 발급을 선도하고 있으며, 네덜란드·폴란드·헝가리·라트비아·슬로베니아·핀란드 등 6개국은 이미 과도기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 금융시장감독청(AFM)은 가장 적극적인 집행기관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반면 이탈리아 금융감독청(CONOSB)은 35곳 이상의 비준수업체를 지적하며 단속을 강화 중이다.

한센은 최근 자신의 X(舊 트위터)를 통해 “MiCA 시행 6개월 만에 유럽 전역에서 기업들이 EEA 30개국 진출을 위해 면허 획득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유럽 내 라이선스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CoinLaw 보고서에 따르면, MiCA로 인해 EU 내 1만 개 이상의 암호화폐 기업이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되며, 암호화폐 거래소의 80% 이상이 이에 따라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스타트업의 42%는 운영 비용 증가를 예상하는 반면, MiCA 도입 이후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이 3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투자자 중 60% 이상은 MiCA가 투명성 강화와 사기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전반적으로는 암호화폐 기업의 75% 이상이 2025년 중반까지 전담 준법감시자를 채용할 것으로 보이며, EU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2025년 말까지 1조 2,000억 달러(약 1,668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MiCA 도입은 명확한 규칙을 통해 유럽 암호화폐 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는 동시에, 전례 없는 시장 통합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업계는 향후 단계별 시행 확장 국면에서 어떤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선점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