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언스테이킹 대기 13일 돌파… 기업·VC 주도 구조 변화 신호

| 손정환 기자

이더리움(ETH)의 언스테이킹 대기열이 사상 최장인 13일을 기록하면서, 현재 73만3,000 ETH(약 3조 8,308억 원)가 출금을 기다리고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역사상 가장 긴 대기 시간으로, 투자자들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더리움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구조적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현재 이더리움에는 100만 명 이상의 활성 검증인이 존재하며, 전체 공급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3,560만 ETH(약 186조 2,560억 원)가 스테이킹 중이다. 그러나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보상률은 하락해, 현재 APR은 2.97%에 불과하다.

이 같은 언스테이킹 붐의 배경에는 기관과 벤처 자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RK 인베스트의 CEO 캐시 우드(Cathie Wood)는 이더리움 언스테이킹 폭증의 주범이 개인 투자자가 아닌 기업 재무팀과 벤처캐피탈(VC)이라고 지목했다. 그녀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로빈후드가 제공하는 2% 암호화폐 이전 보너스와 더불어, 벤처캐피탈이 락업 해제를 기다렸다가 이더리움을 디지털 자산 재무상품(DAT)으로 이전하며 수익을 두 배로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로빈후드는 이달 한정으로 골드 등급 사용자에게만 2%의 암호화폐 이전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적은 인센티브 하나가 대규모 유동성 이동을 촉진하고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금융기관은 이제 굳이 이더리움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 중이다. 샤프링크 게이밍(SBET)과 비트마인 이머전스(BMNR) 같은 새로운 디지털 자산 기업들은 이더리움 재단보다 더 많은 ETH를 보유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이들 기업은 조셉 루빈과 톰 리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자신들의 주식을 스테이킹, 디파이 대출, 파생상품 등에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 재무(DAT) 구조는 투자자에게 중개기관 없이 디지털 지갑에서 직접 주식형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팔콘X의 매트 셰필드는 "공공 시장의 자본 효율성을 디파이에 도입하고 있다"고 평하며, DAT의 혁신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ARK 인베스트는 최근 코인베이스($COIN) 주식 약 1,200만 달러(약 167억 원)어치를 매각하고, 블록($SQ)과 로블록스($RBLX) 등의 보유량도 줄이며 일부 후퇴하는 모습이다. 대신, 테슬라($TSLA)와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즈($IRDM)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 중이다.

이번 언스테이킹 급증은 단순한 신호 그 이상이다. 단기 유동성 확보 차원이든, 제도권 금융과 블록체인을 잇는 본격적인 변화의 서막이든, 앞선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이더리움은 더 이상 블록체인만의 자산이 아니다. 전통 금융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그 흐름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