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초당 400건 처리·스마트폰 노드 실행 추진…zkEVM 기반 대중화 로드맵 공개

| 서도윤 기자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ETHKyiv 2025’ 행사에서 이더리움(ETH)이 새로운 진화를 알렸다. 이날 온라인으로 등장한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과 토마시 스탄자크(Tomasz Stańczak)는 이더리움 1.0 레이어의 거래 처리 속도를 초당 400건(TPS)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스마트폰에서도 전체 노드를 구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비전도 제시돼 이더리움 개발 로드맵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주목받았다.

부테린은 기조연설에서 “곧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워치에서도 이더리움 노드를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가벼운 하드웨어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블록체인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를 예고했다. 이는 제로 지식 이더리움 가상머신(zkEVM) 기술이 구현되면서 가능해진 변화로, 저장 용량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보안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이더리움의 레이어2에서는 이미 거래 수수료 절감과 거래 확정 시간 단축 등의 개선이 실현됐다. zkEVM 적용 덕분에 일부 L2에서는 수수료가 최대 90%까지 절감되고, 3초 이내 거래 확정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젠 이러한 개선 효과를 L1 메인넷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스탄자크에 따르면, 이를 위해 블록당 가스 한도를 6천만에서 1억으로 상향하고, 거래 최종 확정 기준을 '3 슬롯 파이널리티'로 바꾸는 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성능 개선은 단순 기술 업그레이드를 넘어 이더리움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기반 인프라의 근본적 향상을 의미한다. 스탄자크는 “2026년 말이면 이전보다 수십 배 빨라진 거래 확정 속도, 약 36초 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사용자 경험은 전통 금융 결제 수준에 가까워지고, 기업 사용자와 개발자 입장에서도 이더리움을 메인넷 기반으로 선택할 이유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탄자크는 대중화의 선결 조건으로 투명성, 프라이버시, 데이터 보호를 꼽았다. 그는 “기업 고객도 일반 사용자도 블록체인이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를 충족해야 실생활에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테린은 디지털금융 인프라로서의 역할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이야말로 대중화의 진정한 관문”이라며, “전통 금융과 웹3를 잇는 교량 역할로서 이더리움의 포지션이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블랙록(BlackRock), 도이치뱅크, 코인베이스($COIN) 등 전통 금융기관들이 자산 토큰화에 이더리움을 선택하면서, 117조 달러(약 1경 6,263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기반 실물자산 운용 실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이더리움의 ‘실질 가치’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ETHKyiv 2025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시 상황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개발자들은 직접 생성형 AI 활용, 프라이버시 중심 dApp 개발, 전투 의료 체험 등 독자적인 현장 프로그램을 통해 웹3 정신을 실현했다. 특히 전쟁터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온 병사 모이세이 본다렌코와 참전 의무병들이 전한 이야기들은 기술의 힘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공선의 플랫폼이라는 본질을 일깨웠다.

스탄자크는 “이더리움은 기술 그 자체보다 사람 중심의 생태계로 유지되고 있다”며, 개발자들과 직접 소통을 통해 방향성을 조율하는 중요성을 거듭 언급했다. 이번 행사 역시 전쟁의 그늘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공동체, 인간적 가치가 만나는 장소로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이더리움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