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네트워크의 채굴 난이도가 이달 들어 역대 최고치인 127.6조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이정표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6월 한차례 하락세 이후 원상회복된 것으로, 채굴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다시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기간 채굴 시장 경쟁이 가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진 압박 없이 수익성이 오히려 개선된 점이 흥미롭다.
채굴 난이도가 올라간 주된 배경은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하는 연산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블록 생성 간격은 평균 10분 20초로,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목표로 삼는 10분을 소폭 상회한다. 이에 따라 이달 9일에는 난이도가 약 3% 하락해 123.7조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2주에 한 번씩 채굴 난이도를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을 통해, 블록 생성 속도의 안정성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6월 중순 한때 난이도는 116.9조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재상승 국면을 타고 장기적인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굴 수익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에 따르면, 현재 채굴자의 단일 엑사해시당 수익은 하루 기준 약 5263만 달러(약 730억 원)로, 반감기 이후 고점을 기록했다. 난이도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수반하지만, 이번 경우 그 상관관계가 깨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비트코인 가격이 근래 강세 흐름을 유지하며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며, 다른 하나는 채굴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적 진보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변화는 비트코인의 채굴 난이도와 수익성 간 기존 패턴에 균열을 일으키며, 새로운 시장 국면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비트코인의 공급량 대비 초과 수요 상태, 즉 '스톡-투-플로우(high stock-to-flow ratio)' 비율 강화를 통해 예측 가능한 희소성과 인플레이션 방어 효과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총 공급량의 약 94%가 이미 채굴이 완료된 상태이며, 이런 점에서 채굴 난이도 조정은 과잉 생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가격 희석을 방지하는 핵심 메커니즘 역할을 한다.
한편, 글로벌 정세의 불확실성이 최근 비트코인 가격을 일시적으로 흔들었다.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심화되면서 매도세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한 주간 약 4% 하락했다. 하지만 기술적 차원에서는 비트코인이 현재 중요한 지지 구간에 진입한 만큼, 단기적 반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장기 보유자(LTH)들의 신뢰는 여전히 견고한 상태다. 이들의 비실현 손익 지표(NUPL)가 0.5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미실현 수익을 보유 중이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된다. 반면, 단기 보유자(STH)는 수익-손실 균형점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급등 시 매도로 전환해 시장에 단기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의 포지션 조정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장기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