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스톰은 어린 시절 개인용 컴퓨터를 손에 넣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런 그가 이제 36세에 불법 송금업 운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 뉴욕 연방 배심원단은 지난 수요일(현지시간), 그가 정식 라이선스 없이 자금을 송금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법정 공방 속에 있다. 검찰은 자금세탁 공모 및 미국 제재 위반 공모 혐의로 두 건의 중범죄에 대해 재판을 이어갈 수 있다.
스톰은 재판 직전 출연한 팟캐스트에서 "기술적인 탐험에 늘 관심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게임과 프로그래밍을 통해 컴퓨터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독학으로 익혔으며, 인터넷을 접한 이후로는 다양한 문화와 담론을 접하면서 리버터리언적 가치관에 끌렸다. 이것이 훗날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의 개발로 이어진 중심 동기가 됐다.
스톰은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위치한 남우랄국립대학교에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금속공학을 전공했다. 그 시절 그는 물리, 수학, 화학은 물론 프로그래밍에도 뛰어들었으며, 공개된 오픈소스 자료를 통해 스스로 학습을 이어갔다. 이후 2008년 미국으로 이주한 스톰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생계를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시스코, 클라우드 스타트업, 아마존 등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특히 아마존 시절을 마지막으로 웹3 개발자로 전환했다. 2017년에는 블록체인 개발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이더리움(ETH) 기반의 DAO 계약, ERC-20 토큰 개발에 집중했다. 그가 POA 네트워크의 최고기술책임자로 합류한 지 1년 만에 보안 감사 및 개발 컨설팅 업체인 페퍼섹(PepperSec)을 창업하면서 경력은 빠르게 전개됐다.
페퍼섹을 운영하던 중 그는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과 논의하게 됐고, 이더리움 생태계의 프라이버시 부족 문제가 중요한 과제임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브라우저 기반 혼합 프로토콜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토네이도 캐시다.
스톰은 이 후 인터뷰에서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정당한 이유로 프라이버시 도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며, 당시의 글로벌 사건들이 프로젝트 착수의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자신의 재판에 사용할 변호 비용 충당을 위해 150만 달러(약 20억 8,500만 원)를 외부 지원으로 요청했다. 이 요청은 블록체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피의자인 그가 개발한 토네이도 캐시가 북한 해커 등 제재 대상에 의해 악용됐다는 점에서 법적 쟁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