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스테이블코인 결제 강자 '레일' 2억 달러에 전격 인수

| 김민준 기자

국제 송금 시장을 정조준한 암호화폐 기업 리플(Ripple)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플랫폼 스타트업 레일(Rail)을 인수한다. 인수 금액은 2억 달러(약 2,880억 원)에 달하며, 이는 투자자들로부터 레일이 유치한 전체 자금 대비 거의 20배 수준이다. 리플은 연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캐나다 출신 스타트업인 레일의 정식 명칭은 레이어2 파이낸셜(Layer2 Financial Inc.)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국제 간 B2B 결제를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 강점이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는 며칠씩 소요되던 송금이 레일의 플랫폼에서는 몇 시간 만에 가능하다. 고객 자금을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속도를 견인하고 있다.

리플 역시 비슷한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파트너 은행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장 빠르고 저렴한 경로를 자동으로 선정하며, 장애 상황에 대비해 대체 경로까지 마련해둔 구조다. 이 점에서 양사의 기술적 결합은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가 높다.

레일의 결제 시스템은 대시보드뿐만 아니라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접근 가능하며, 핀테크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서비스를 자사 솔루션에 통합해 사용 중이다. 리플은 이번 발표를 통해 현재 레일이 전 세계 기업 간 스테이블코인 결제 가운데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플은 이미 자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RLUSD라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도 운영 중이다. 또 다른 주요 서비스는 ‘리플 커스터디(Ripple Custody)’로, 기업 고객이 디지털 자산과 암호화 키를 고도의 보안 하드웨어에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인수 소식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을 상대로 제기한 XRP 미등록 증권 판매 소송 종료 소식과 같은 날 전해졌다. 이 소송은 2023년 제기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리플의 장기적 사업 확대에 주요 부담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리플의 이번 딜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인수 사례다. 앞서 4월에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기업 히든로드(Hidden Road)를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8,0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리플은 그동안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 이상을 인수합병에 투자해 왔으며, 이번 레일 인수 역시 성장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